中외교부 “자국발전 견제 속셈”
양국 무역협상 악영향 끼칠 듯

홍콩 시위 진압 경찰 모자라자
소방관·국세청 직원까지 동원
임시경찰로 충원할 방안 검토


미국 하원이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법안과 결의안 4개를 만장일치로 잇따라 통과시켰다. 중국은 16일 즉각 “내정간섭에 반드시 반격 조치에 나서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중국이 외교 사안에 대해 “분개”라는 표현을 쓰며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조만간 열릴 예정인 미·중 무역협상을 비롯해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미국 하원이 통과시킨 법안 중 핵심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이다.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은 중국과 달리 관세나 투자, 무역 등에서 미국의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법안은 또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 관리들에게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도록 하고 있다. 홍콩에 최루탄과 같은 시위 진압 기구 수출을 막는 ‘홍콩보호법안’과 중국의 홍콩 간섭을 비판하고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결의안 543호 등도 이날 모두 가결됐다. 낸시 펠로시(민주) 하원의장은 “만약 미국이 상업적 이익 때문에 중국에서의 인권을 옹호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계 어디에서도 인권을 옹호할 수 있는 모든 도덕적 권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콩과 관련한 법안들은 미국 상원에서도 무난히 통과할 전망이다. 현재 상원의원 23명이 이 법안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 문답을 통해 “강렬히 분개하며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해치고 중국 발전을 견제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며 “미국의 잘못된 결정에 단호히 반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즉시 홍콩 관련 법안 심의를 중단하고 홍콩과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홍콩 정부 역시 “해외 입법기관이 홍콩의 일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성명을 냈다. 앞서 캐리 람 홍콩 행정 장관은 미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홍콩 시위대 측은 미 하원의 법안 통과를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시위대는 “넉 달 넘게 보여준 홍콩인들의 결의와 용기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면서 “정식 입법까지는 먼 길이 남았지만 미 하원의 홍콩인권법안 가결은 고무적인 이정표”라고 밝혔다. 그간 시위대가 홍콩 민주화에 대한 해외 지지를 호소해온 만큼 시위 열기는 더욱 거세질 기류다. 시위대 측은 “홍콩 사람들은 울면서 죽을지언정, 침묵하고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중(反中)과 홍콩 민주화를 내걸고 시위를 벌여온 시민단체는 19~20일 20주차 주말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홍콩 정부는 소방관과 국세청 직원까지 ‘임시 경찰’로 시위대 진압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추스바오(環球時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존리 홍콩 보안국장과의 면담에서 시위 진압을 위한 경찰 인력 보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경찰은 출입국 관리국이나 소방당국, 관세청 등 타 기관에서 지원을 받아 경찰 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경찰 측은 “최근 폭력적인 시위가 늘면서 이를 처리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말했다. 허쥔야오(何君堯) 친중파 입법회 의원도 경찰 측에 인력 증원을 제안했다. 모집 인원에는 제한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서는 보강 인력을 200명 내외로 내다봤다.

김온유 기자,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kimon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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