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직 논설위원

公共 일자리 81만개 창출 약속
공공기관 ‘몸집 불리기’ 경쟁
노조는 정규직 전환 요구 파업

與는 철밥통 공공노조 지원
사상 최악 청년실업 고통 심화
급증한 공공부채는 국민 부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취업을 목표로 공부하는 국내 공시족(公試族) 규모는 대략 40만∼4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꼴이다. 지난해 국내 근로자 평균 연봉이 3634만 원인데, 정년까지 보장되는 중앙부처 공무원(국가직)과 공기업 직원 평균 연봉은 각각 6264만 원, 7836만 원에 달한다고 하니 ‘공시 열풍’이 불지 않을 수 없다. 공시족에게 특히 지난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다. “기업이 아닌 정부와 공공부문이 최대 고용주가 돼야 한다”며 임기 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공기업 직원들 성과급에 연계되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지표도 문 정부 들어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 항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확 바뀌었다. 이러다 보니 경제위기 속에 구조조정 몸살을 앓는 민간기업과 달리 공기업들은 별천지 속에서 ‘몸집 불리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339개 공공기관의 지난해 정규직 신규채용 규모는 3만3900명으로 전년 대비 50% 폭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공공기관 순이익은 1조1000억 원으로, 2년 만에 93% 급감했다. 민간기업이라면 ‘이러다 회사 망할까’ 걱정해야겠지만, 이들 공기업은 걱정이 없다. 탈이 나면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최고의 흥청망청 직장으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는 ‘개혁 무풍지대’라는 점이다. 문 정부 들어 재벌개혁이니 검찰개혁이니 하며 곳곳에서 개혁의 목소리가 높지만, 공공부문에 관한 한 개혁의 기역(ㄱ) 자도 나오지 않는다. 전(前) 정부에서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일환으로 추진했던 성과연봉제는 문 정부 들어 적폐로 낙인 찍혀 중단됐다. 그 대안으로 추진했던 직무급제 역시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유야무야됐다. 요즘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협조가 절실해진 여권이 하나가 돼 공기업 노조의 ‘철밥통 호봉제’ 사수를 돕고 있다. 문 정부 들어 500명을 훌쩍 넘어선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는 ‘노조 비호’를 측면지원한다.

‘신의 직장’ 공기업 구성원들에게 천군만마 같은 게 또 하나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공언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약속이다. 정부가 2017년 7월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후 올 6월까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인원만 18만 명을 넘었지만, 공기업 노조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친다. 민주노총은 오는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하반기 투쟁의 초점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맞춘 상태다.

지난 11∼14일 철도노조 파업, 16∼18일 예정됐던 서울교통공사 파업, 현재 진행 중인 지방 국립대 병원 파업 등은 여러 쟁점이 있지만, 즉각적인 정규직화가 이들 공공노조의 공통 요구다. 그것도 자회사가 아닌 본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청년 체감실업률은 21.8%로 청년 다섯 중 한 명은 백수다. 오랜 실업에 지쳐 일자리 찾는 걸 아예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54만2000명으로 통계 작성 후 사상 최대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무리한 정규직 전환은 이미 울타리 안에 들어가 있는 소수만 보호하고 울타리 밖 청년실업자들에겐 일자리 기회조차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그러지 않아도 지난 2014년부터 감소해온 공공기관 부채는 문 정부 출범 이듬해인 지난해 증가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는 증가 폭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확대돼 49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공공기관이 ‘코드 정책’의 총알받이로 동원된 데다, 말라버린 민간 일자리를 공공부문 고용 확대로 보충하겠다며 경영 효율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기업 몸집 불리기를 해온 결과다. 공공기관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이를 보전해주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공공기관에 쏟아부은 지원금이 69조9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조9000억 원 늘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늘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분명한 건 급증하는 공공기관 부채는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할 국민 부담이란 점이다.

극심한 경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 눈에 비친 공공기관 ‘그들만의 잔치’는 억장 무너지는 코미디다. 강성 노조를 방패 삼아 정부와 여권의 비호 아래 부푼 배를 두드리며 잔칫상 위 반찬 투정을 하는 공공기관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채 한 푼 두 푼 모아 낸 혈세(血稅)로 그들의 뒷감당을 해줘야 하는 국민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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