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 3개 안건’ 처리 강행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검찰개혁인 양 주장하면서, 패스트트랙 지정에서 민주당 편에 섰던 군소 야당들과의 ‘선거법 우선 처리’ 합의까지 허물려 한다. 조국 사태만 보더라도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검찰개혁 본질인데, 오히려 ‘정권 검찰’을 만들 개연성이 큰 법안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려 한다.

이런 와중에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당당히 소신(所信)을 밝힌 것은 ‘소명으로서의 정치’에 충실한 모습이다. 총선이 6개월 앞이어서 의원들이 공천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경향이 역력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금 의원은 15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공수처 반대 이유를 밝히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특수부를 없애고 수사 지휘권·종결권도 넘겨주면 검찰 권한은 줄어드는 반면 경찰 권한은 늘어나 균형이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적폐 수사’ 때 특수부를 늘려놓고 이제 축소를 외치는 이중적 태도도 비판했다. 공수처 법안의 경우, 바른미래당 안이 따로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고, 정부 내 이견도 심각하다. 이런데도 여당은 ‘국민의 절대명령’ 운운하며 밀어붙이려 한다. 사법체계를 망칠 수도 있는 안건을 이런 식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

공수처법과 맞물린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만 봐도 그렇다. 현 정권 들어 경찰의 행태는 수사권 확대가 시기상조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민노총 등의 불법에 절절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권력에 코드를 맞춘다는 의심도 자초했다. 수사권 조정 담당 총경은 조국 지지 집회에 참석하고 그 장면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련설이 파다한 버닝썬 수사의 ‘부실 수사’ 정황도 있다. 사건이 송치된 이후 검찰은 윤 모 총경을 구속하고, 15일에는 경찰청과 수서경찰서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안건의 하나인 선거법도 점입가경이다. 지역구가 28개 줄어드는 데 대한 의원들 반발로 가결 전망이 어두워지자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주장도 다시 나온다. 패스트트랙 안건은 절차적·내용적 결함이 심각하다. 이제라도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기 바란다.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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