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우리 농산물에서 노인성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데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은 우리 농산물에서 노인성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데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감귤 추출물 투여실험 통해
기억력 손상 억제 성분 발견
들깨·노루궁뎅이버섯에서도
신경세포 증식 물질 찾아내
기업 손잡고 건강식품 개발

세계 첫 치매복제돼지 특허
‘우장춘 프로젝트’성과 거둬


‘누에(홍잠·弘蠶), 갈색거저리, 감귤, 홍화씨, 노루궁뎅이버섯, 들깨….’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위 곤충·농작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 식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감귤, 들깨뿐 아니라 갈색거저리나 노루궁뎅이버섯처럼 이름마저 생소한 농업생산물들은 모두 노인성 치매 치료에 매우 효과적인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최근 농산물에서 발굴한 신소재들이 우수한 효능으로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의약품 원료로 쓰이고 있다. 특히 치매를 막을 수 있는 물질에 대한 연구·발굴은 매우 다양한 품목에서 이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작물에서 치매 예방에 유익한 물질 연구·발굴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미 일부 기술들은 실용화단계를 거쳐 상품화에 이른 것들도 있어, 향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종류의 노인성 치매 예방 제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성 치매 중 특히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고령화로 뇌의 신경연접이 줄어 뇌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쌓이면서 발병한다. 기억력이나 사회성은 낮아지고 공격성은 커지며, 수명도 줄게 된다. 현재까지 효과적인 예방법이나 치료 방법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노인성 치매는 평소 관리가 중요하고, 장수시대를 맞는 현시점에서 장년·노년층이 가장 고민스러워하는 질병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역시 치매 환자가 7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65세 이상 고령자(738만 명)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숫자다.

농진청은 그간 농업자원의 기능성 규명 및 이를 활용한 고부가 신소재 개발에 집중한 결과, 다양한 농산물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예방하는 물질을 찾아냈다. 농진청 감귤연구소는 2017년 제주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대표적 국산 과일인 감귤 추출물(감귤을 건조하고 분쇄한 후 70% 주정에 침지해 3회 초음파 추출, 농축한 후 동결 건조)이 기억력을 손상시키는 ‘스코폴라민’(scopolamine) 물질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실험에 따르면 감귤 추출물을 투여한 쥐 실험군의 새로운 사물 인지 능력은 뇌 기능을 억제한 것들보다 50% 정도 향상됐다. 공간 인지능력 검사에서는 감귤추출물 투여군이 뇌 기능 억제군보다 변경 행동력이 28% 정도 유의하게 증가해 학습과 기억력 개선에 효과적이었다. 이 같은 실험을 통해 감귤이 인지능력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고 기능성 식·의약 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겨울철 간식용 혹은 주스 등을 만들기 위한 식재료로서의 감귤이 아닌,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능성 식품·의약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누에도 알츠하이머를 예방할 수 있는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누에를 수증기로 쪄서 동결건조한 ‘홍잠’에는 다양한 기능 성분이 들어있다. 베타-아밀로이드를 주입한 쥐에게 홍잠을 먹였는데, 이 쥐에 베타-아밀로이드가 전혀 축적되지 않았다.

초파리를 활용한 실험에서도 홍잠을 섭취한 초파리는 미토콘드리아 활성이 크게 증가해 ATP(아데노신3인산·에너지대사에 영향을 주는 물질) 생성량이 40% 늘었고, 뇌의 신경연접은 50% 내외로 늘었으며,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도 15% 내외로 증가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홍잠을 꾸준히 섭취하면 미토콘드리아 활성이 증가해 ATP 생성량이 늘고 신경세포가 보호된다. 이로 인해 신경연접이 증가하고 베타-아밀로이드가 축적되지 않아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농진청은 대학과 업체, 농가와 공동으로 치매 억제 물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식용으로 쓰이는 노루궁뎅이버섯에는 ‘헤리세논’(Hericenone D)과 ‘에리나신’(Erinacine C)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들은 신경세포 증식인자(NGF·Nerve Growth Factor)의 합성을 촉진하는 물질로, 치매증과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고 개선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유전공학에서도 농업자원을 활용한 치매 연구가 활발하다. 농진청은 2017년 3개의 인간 치매유발유전자(APP, PS1, Tau)가 발현되는 치매복제돼지 생산과 관련해 올해 미국 특허를 세계 처음으로 등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농진청 관계자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예방 및 치료는 농업생명기술을 활용한 기능성 소재 연구·발굴에서 매우 큰 분야이자 시장”이라며 “다양한 농산물을 활용한 신소재 발굴을 계속 지원해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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