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산부인과학교실 교수

춥고 건조한 겨울이 되면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인플루엔자는 A형 또는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병에 의한 급성 열성질환으로, 발열·기침·설사·근육통·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때 전 세계적으로 1만8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인구의 1%에 불과한 임신부가 전체 사망자의 4.3%를 차지해 임신부에게 인플루엔자가 4배 정도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임신으로 인한 면역체계 및 심장과 폐 기능의 변화는 인플루엔자 감염 시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증 폐렴으로 이환될 가능성을 키우는데, 임신 3분기로 갈수록 면역력이 점점 억제되기 때문에 더 나쁜 예후를 보인다. 보통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는 12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이므로 5개월 동안 임신은 대부분 2, 3분기로 접어들기 때문에 임신부뿐만 아니라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도 예방 접종이 필수다. 임신 중 고열 발생은 태아의 신경관 결손과 같은 기형 발생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고, 임신 중 중증 인플루엔자 감염 시 자궁 내 태아 사망, 조산, 제왕절개 및 태아의 가사 상태가 2∼3배 증가한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효되면 임신부는 다른 고위험군(9세 이하 소아, 65세 이상, 면역저하자, 대사장애자, 심장질환자, 폐질환자, 신장장애자 등)과 마찬가지로 38도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과 더불어 기침 또는 인후통의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바로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를 투약하도록 권고한다.

임신부는 중증 인플루엔자 합병증이 우려되는 고위험군이지만 태아에게 나쁜 영향이 있을까 우려해 대개 임신 중에는 웬만해선 약을 먹으려 하지 않고 예방접종도 기피한다. 그러나 임신부의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은 태아에게도 안전하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임신부의 인플루엔자 접종을 시행하면서 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로 임신 중 예방접종의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신부와 6개월 미만 영아의 인플루엔자 감염도 예방할 수 있다면서 임신부에 대한 예방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임신부의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은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인한 입원율을 40% 감소시키고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금기인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들도 엄마가 임신 중 예방접종을 했을 경우 입원율을 70%까지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면역력은 접종한 다음 해에 감소하며, 항원성이 변하기 때문에 매년 접종해야 한다. 백신 접종 후 방어항체 생성까지 약 2주간이 소요되며, 평균 6개월가량 면역 효과가 지속되므로 11월까지는 접종을 끝내는 게 좋다. 인플루엔자 불활성화 백신은 임신 전체 기간과 출산 후 모유 수유 중에도 접종이 안전해 특이 증상 없이 안정된 상태라면 1분기에도 예방접종을 할 수 있다. 예방접종은 컨디션이 좋을 때 해야 하므로 임신 초기에 불안정한 상태라서 접종을 미룬다면 유행 기간엔 마스크를 쓰고 손 위생에 신경 쓰는 등 감염 예방에 힘써야 한다. 접종 부위의 통증, 빨갛게 부어오름, 부종이나 근육통, 발열, 메스꺼움 등 경미한 이상 반응은 접종 후에 일시 나타날 수 있으며, 대개 1∼2일 안에 호전된다. 그러나 접종 후 고열이나 호흡곤란, 두드러기, 심한 현기증 등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인플루엔자는 예방접종이 최선의 예방이므로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면 예방접종으로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도모하고 소중한 아기도 병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게 엄마가 해주는 첫 번째 선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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