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준 올라간 중국 중산층
쌀 대신 해산물요리 많이 찾아

벼 자라던 논, 양식장으로 바꿔
메탄가스 늘어 ‘온난화’가속화


프랑스 최고급 와인 가운데 ‘샤토 라피트 로쉴드’라는 브랜드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와인 중 하나인데, 중국에서 특히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신흥 부호들 결혼식 피로연과 고위 관료의 접대 자리 성공 여부는 이 와인 몇 박스가 제공되는가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매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지는 이 와인이 24만 병 정도라는데, 중국의 연간 소비량은 200만 병이라는 소문도 있다. 시간당 평균 3만 병의 온갖 가짜 프랑스 와인이 중국에서 유통된다는 보르도 와인 협회의 추산이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 진품만 보더라도 2000년 보르도에서 중국으로 수출한 와인은 40만 병이었는데 이제는 8000만 병을 넘어섰다는 통계를 보면 중국인의 입맛이 얼마나 빨리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인간의 입맛이나 취향이 변화하는 것이 단순히 시장을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지구의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류라는 종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엄청나게 많은 생물종 중 하나일 뿐이다. ‘엄청나게’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사실 과학자들도 잘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빼고, 소위 ‘진핵생물’만 어림해도 대략 870만 종류가 있다고 추산할 뿐이다. 인류는 이 많은 생물종 중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지구상의 자연자원 대부분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 질소, 목재 등 다른 생물이 살아가는 데도 절대 필요한 자원의 대부분을 우리만을 위해서 쓰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석유, 석탄을 대량으로 소비하면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이 때문에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이런 직접적인 이유 말고도 단순히 우리의 입맛이 바뀌는 것도 지구 환경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필자가 참여해 ‘네이처 기후변화’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런 예를 잘 보여줬다. 원래 중국에서는 돼지고기나 쌀에 비해 게나 생선 요리를 그리 많이 먹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생활 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중산층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수산물을 즐기게 되었다. 소비가 늘어나 수산물 수요가 증가하니, 원래 벼를 키우던 농부들이 논을 양식장으로 바꾸어 쌀 대신 물고기, 게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연구진이 관심을 가진 포인트는 이런 현상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메탄이나 아산화질소 같은 ‘온난화 기체’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었다. 물이 고여 있고 미생물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는 메탄과 아산화질소라는 기체가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이렇듯 논을 양식장으로 바꾸니 메탄 발생량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게나 어류를 키우면서 주는 먹이의 찌꺼기와 배설물이 바닥에 쌓여 썩으면서 더 많은 메탄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질소비료를 쓰지 않으니 아산화질소 발생량은 논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모든 것을 계산해 보면 결국 논이 양식장으로 바뀜으로써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람의 식습관 변화가 이와 무관해 보이는 기후변화를 더 가속시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와인 얘기로 돌아가 보자. 사실 중국인 1명당 연간 평균 와인 소비량은 채 2병이 되지 않아 유럽의 20분의 1 이하로 매우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 소비량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고, 이에 발맞추어 중국 내에서 와인 생산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와인 생산량이 세계 6위 수준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재 중국의 포도밭 면적이 스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다는 점이다. 앞으로 중국의 포도밭 면적은 점점 넓어질 것이 확실하나, 이 변화가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음의 내 연구 주제 1순위로 떠오르는 이유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