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를 찍어 카카오톡 문화일보 대화창에 들어오셔서 그립습니다, 결혼했습니다 등의 사연을 보내주세요. 이메일(opinion@munhwa.com)로 사연을 보내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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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옥(1921∼2017)

기나긴 추석 연휴를 앞둔 설렘에 가벼운 마음으로 귀가하는 길에 저녁놀이 유난히 아름다워 스마트폰 카메라에 하늘을 담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울리는 카카오톡 알림음.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

가녀린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랑카랑한 웃음소리는 할머니의 트레이드마크였습니다. 구순을 앞둔 할머니는 오랜 요양병원 생활로 병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하셨지만, 정신만은 또렷하셔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알은척을 하셨습니다. 올해 추석은 넘기시려나 했는데…….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살아 계셨던 조모를 떠나보내는 마음의 허전함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메밀전도 당신의 모습처럼 얇고 아담하게 부치셨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는 할머니의 메밀전을 좋아했던 우리를 위해, 당신을 찾아뵐 때면 몇 장씩 부쳐 놓으셨습니다. 게 눈 감추듯 메밀전을 먹을 때마다 크기가 작은 것이 항상 아쉬웠지요. 세월의 더께가 묻어나는 손바닥만 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재기에 담긴 메밀 반죽을 올린 뒤 얇은 전이 찢어질세라 놋숟가락으로 살살 뒤집으면 완성되는 메밀전은 할머니의 맛이었습니다.

붉게 물든 가을 하늘을 보니 방 한구석에 쪼그려 앉아 메밀전을 부쳐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손녀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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