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찰은 74번째 ‘경찰의 날’과 대규모 국제치안산업박람회 국내 최초 개최라는 겹경사를 맞았지만, 정작 주한 미 대사관저 경비에 실패했다는 지적에 빛이 바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여성 현행범에 대한 소극적 법 집행도 도마 위에 오르며 경찰 지휘부가 ‘성인지 감수성, 여성 치안 대책’을 강조해온 사이 현장 경찰들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비판까지 더해지고 있다. 지난 18일 미 대사관저에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시위대 17명이 침입하자 경찰은 남성 회원 6명을 곧바로 체포했지만, 여성 11명은 체포하지 않고 여경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이 때문에 경찰이 현행범의 성별을 핑계로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성이 강력사건의 현행범일 때도 여경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방치할 거냐’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에 경찰 측은 “여경이 있는데 남경이 잡아서 성추행했다는 시비에 안 걸리려고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공무원법, 경찰관 직무집행법 및 그 시행령 등에는 현행범의 성별과 이를 검거하는 경찰의 성별에 관한 규정은 없고, 경찰 내부에 명문화된 규정이나 지침도 없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생명이 위급하거나 긴박한 상황이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대응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이번 상황 대응과 해명은 오히려 경찰에 불필요한 논란만 초래한 셈이다.

경찰은 74번째 생일인 이날 유공자 포상 홍조근정훈장을 최초 여성 치안감인 이은정 중앙경찰학교장에게 수여했다. 또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해 취임 ‘1호 정책’으로 ‘불법촬영 등 여성대상 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첫 현장 방문지로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혜화역 여성집회 일대를 찾는 등, 경찰 지휘부는 ‘여성 치안 대책’을 강조해 왔다. 경찰은 이날 대규모 치안박람회도 개최했지만 정작 ‘구멍 뚫린 경비’라는 여론만 요란하다.

송유근 사회부 기자 6silver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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