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대 (1932~2011)
내가 대학 4학년 무렵, 큰 수술을 받으시고 하던 일을 접고 20여 년 크고 작은 병환으로 몸져누우신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외람되지만 당신이 돌아가신 뒤에야 나는 당신이 살아 계신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존재인지 비로소 알아가고 있다. 부모가 돼 봐야 부모 마음을 알게 된다더니, 그 시절 아버지의 그윽한 눈빛이 그런 뜻은 아니었을까. 유품으로 집 벽에 걸린 액자 사진 속에서, 새벽 출근 시간을 알려주는 당신의 손목시계를 차고 다니면서 나는 지금도 아버지와 함께하려고 한다.
새해 설이나 추석 명절 무렵 묘소에 다녀오는 날이면 하늘에 흘러가는 뭉게구름도 바람결도 예사롭지 않을 때가 있다. 아버지의 자식인 나는 아버지가 돼 아버지가 계시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아버지로 기억될까.
아들 박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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