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증가율, 경상성장률2배↑

“통합·관리재정수지 동반적자
국가채무 등 건전성지표 악화”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 대외 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기 위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경제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초확장적 재정 운용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2018∼2020년)은 경제위기가 아닌데도 예산(총지출) 증가율이 경상성장률(물가상승을 포함한 성장률)의 2배가 넘은 최초의 사례인데, 경제위기도 아닌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하게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게 과연 용인(容認)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박형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서울시립대 교수가 21일 건전재정포럼에서 발표한 ‘국가 재정 정말 문제없나?’ 발제문을 보면, 199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경상성장률의 2배가 넘는 총지출 증가율이 발생한 것은 신용카드 사태가 발생한 2003년(3.1배)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2.4배) 단 두 차례밖에 없었다.

과거 경상성장률의 2배를 넘는 총지출 증가율이 나타난 사례는 경제위기(글로벌 금융위기)였거나, 경제위기에 준하는 상황(신용카드 사태)이었다. 박 교수는 “통상 정부의 재정수입이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증가하므로, 재정지출도 경상성장률 이내로 유지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2.2배), 2019년(3.6배, 추가경정예산 기준), 2020년(2.1배, 예산안 기준) 등 3년 연속 총지출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의 2배를 넘었다. 박 교수는 “이런 재정 운용을 계속하면 국가채무 급증 등 건전성 지표가 급속도로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에서 재정 건전성은 국가 운영의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허용석(전 관세청장) 건전재정포럼 운영위원은 “올해 1∼8월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 등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수지)가 동반 적자를 기록했다”며 “이제 더는 정부 보고서에서 ‘균형 재정’이라는 단어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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