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반성없이 자화자찬만”

문재인 대통령의 22일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해 여야의 반응은 확연히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국회에서 신속하게 심의하고 필요한 입법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으나, 자유한국당은 “절망적인 시정연설”이라고 비판했다. 연설 도중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28차례 박수를 쳤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여러 차례 야유를 보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국민’으로 모두 33번 사용했고, 경제가 29차례, 공정이 23차례 각각 등장했다.

시정 연설 후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생과 경제활력에 집중하는 내년도 예산의 방향이 혁신, 포용, 공정, 평화의 네 갈래로 구체화된 것에 대해서 공감한다”고 밝혔다. 반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한마디로 절망적인 시정연설”이라며 “대통령의 인식과 처방이 이런 수준이라면 내년에도 더 큰 위기가 덮쳐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자화자찬만 있고 반성은 없는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연설을 듣는 도중에도 여야의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여당 의원들은 주요한 대목마다 박수를 보낸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에이” “그만하세요” 등의 야유를 하고, 팔로 ‘엑스(X)’자를 표시하기도 했다. 송언석 한국당 의원은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한국당 의원들의 야유는 특히 문 대통령이 현 경제 상황이나 교육·공정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집중됐고, 문 대통령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한국당 의원들의 의석을 바라보며 연설을 이어 갔다. 문 대통령은 입장 시 여당 의원들과 악수를 하면서 연단으로 이동했다.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면서 문 대통령을 맞이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일어서기는 했지만, 박수는 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퇴장할 때 한국당 의원들 의석 쪽으로 먼저 다가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등은 문 대통령과 악수를 했으나 상당수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보다 먼저 본회의장을 떠났다.

앞서 문 대통령은 연설 20분 전인 오전 9시 40분쯤 국회에 도착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문 대통령을 영접했고,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문 의장과 여야 5당 대표, 교섭단체 원내대표, 유인태 사무총장 등과 함께 사전 환담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황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이후 국민의 마음이 분노하고 화가 난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병채·손고운·윤명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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