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관공서 10시 출근

오는 11월 14일 치러지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능 감독관의 ‘키 높이 의자’ 도입 여부가 교육 당국과 교원단체 간의 단체협약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교원단체는 장시간 선 채로 감독해야 하는 교사들의 ‘앉을 권리’를 위해 의자 설치를 요구해 왔지만, 교육 당국은 부실감독을 우려해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중등교사 7만5000여 명이 수능 당일 감독관으로 근무한다. 총 5개 교시 중 2~3개 교시에 교대로 들어가는데, 고사장 감독만 최대 7시간에 이른다. ‘인생이 걸린 시험’인 터라 수험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시험지를 배포하고 걷을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서 있는다. 실제 ‘감독관 지시 때문에 수능을 망쳤다’며 소송까지 간 사례도 있다. 한 고교 교사는 “신체적, 심리적 부담이 크다 보니 대부분 감독관 차출을 피하려 한다”며 “마트 계산원에게도 앉을 권리가 있듯 교사들의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교총,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지난 14일 교육 당국에 키 높이 의자 비치, 교사 1인당 2개 교시 이내의 감독 등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교육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독관이 의자에 앉으면 시야가 좁아져 사각지대가 생기고, 학부모들의 항의가 있을 수 있다”며 “다른 국가고시나 학교의 중간·기말고사와 비교해 봐도 앉아 감독하는 시험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가 17개 시도교육청에 의견을 물은 결과, 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정적 여론을 고려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사장당 의자를 2개씩 놓을 경우 필요한 예산은 36억 원 정도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수능 시행 원활화 대책’을 논의하고, 수능 당일인 14일 관공서 등의 출근 시간이 1시간 늦춰지고 등교 시간대 대중교통 운행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영어 듣기평가가 치러지는 25분간은 ‘소음 통제 시간’으로 설정돼 항공기 이착륙, 포 사격과 전차 이동 등 군사훈련이 금지된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윤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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