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HUG 사장
“앞으론 방만경영 없도록할것”

권경업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인사면접 특혜 추궁에 한숨만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
“회사 적자 원인 잘 모르겠다”


모르쇠, 도돌이표, 묵묵부답, 책임 회피, 전문성 부족…,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낙하산 논란 속에 공공기관장을 꿰찬 인사들의 부실한 답변이 두고두고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을 실망케 하고 국감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답변이 잇따르면서 ‘낙하산 타고 내려온’ 기관장들의 자격 수준과 국회를 무시하는 듯한 안하무인격 태도가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공사의 방만 경영을 질타하며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지적하자 이재광 사장은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 그럴 일 없도록 하겠다”는 등 반성하는 듯 했지만, 단답형의 도돌이표 답변과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태도를 반복했다. 이에 의원들은 “앵무새다, 앵무새!” 등의 비난을 쏟아내며 탄식했다. 이 사장은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광흥창 팀’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환경부 산하 기관을 상대로 한 국감에서 권경업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묵묵부답하기도 했다. 고용실태 특별점검에서 공단 소속 1급 고위직의 배우자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면접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적발된 데 대해 이장우(자유한국당) 의원이 집중적으로 추궁하자 권 이사장은 별다른 답변 없이 한숨만 내쉬었다. 권 이사장은 지난 대선 당시 문학인·연극인 등과 함께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지난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가스안전공사 국감에서는 김형근 사장이 강원 강릉시 수소탱크 폭발 사고와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등을 두고 책임 회피와 모르쇠에 이어 “파악해보겠다”는 의례적인 답변을 해 의원들이 혀를 차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무특보 등을 지낸 김 사장은 가스안전 관련 전문성이 없다는 논란 속에 지난해 1월 취임했다.

지난 16일에 이어진 산자중기위의 공영홈쇼핑 국감에서 최창희 대표는 ‘모르쇠’ 답변을 하기도 했다. 한 의원의 홈쇼핑 적자에 대한 질의에 최 대표가 “모르겠다”고 얼버무린 것이다. 최 대표는 2018년 6월 임기 3년의 공영홈쇼핑 수장이 됐다. 2012년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홍보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선거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를 만든 바 있다. 최 대표는 문 대통령의 경남고 4년 선배다.

금융권에서 친문재인 인사로 알려진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국감 태도도 지적을 받았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이 행장이 산은-수출입은행 합병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문제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모호한 답변 태도를 보여 정정을 요구받기도 했다. 한국수력원자력 국감에서는 산하 한 기관장이 원전 찬성론을 펴다 기관장이 된 이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탈원전을 주장하게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국감장을 싸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번 국감을 모니터링한 한 단체는 촛불집회로 탄생한 정권에서 보은성·‘캠코더’(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키며 자리를 차지한 일부 기관장이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성의 없는 답변을 적잖이 했다고 꼬집었다. 홍금애 국정감사 비정부기구(NGO) 모니터링단 집행위원장은 “다른 정권에서는 공공기관 국감에서 걸리면 자리보전을 못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기관장들이 했던 것 같은데, 이번 정권 마지막 국감에서는 기관장들이 ‘네 편 내 편 갈려서 야당 의원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절대 잘리지 않는다’는 자신감 같은 게 보였다”며 “제대로 된 사람을 앉혀서 상식에 맞게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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