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용인 심곡초등학교 박주훈 교사
수요일마다 가족 놀이축제
처음엔 당황하던 학부모들
대화방 통해 소통하며 이해
성적위주 교육에 문제의식
신체발달 분야 체계적 공부
“아이들 잘 놀때 사회도 건강”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놀이의 주인이 되는 것이죠.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기획하고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이들이 선택하도록 하는 겁니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심곡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박주훈 교사는 일요일에도 학교에서 활동한다. 가족놀이동아리인 ‘놀이축제’를 위해 스물다섯 가구의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다. 공놀이와 대형 블록쌓기에 한창 빠져든 가족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박 교사가 가족과 함께하는 놀이활동을 기획하게 된 것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나가서 놀아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교사가 놀이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놀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며 아이들이 PC방이나 게임활동을 위한 오락시설 방문을 위해 금전적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을 지적했다.
“아이들의 ‘놀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는 박 교사는 현재 담당하고 있는 1학년과 수요일마다 놀이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부터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후원으로 경기도 내 30여 곳에서 놀이 축제를 열 정도로 커졌다. 주말에도 학교 강당에 나와 놀이활동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박 교사는 학부모들과의 소통을 중시했다. 부모들과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교실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영상으로 공유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놀이활동 시간을 마련해 운영했다. “다른 선생님들과 다른 방식으로 다가온 선생님이어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는 한 학부모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부모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지내다 보니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 교사가 이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놀이에 연을 맺은 것은 전남 완도의 한 작은 마을에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하면서부터다. 전교생이 4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분교에서 박 교사는 학생들과 바닷가와 산을 돌아다니며 놀이를 즐겼고, 일 때문에 아이들을 잘 보살피지 못하는 부모들의 역할도 도맡았다. 자연히 놀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박 교사는 성적 위주의 교육과 과열된 교육열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게 됐고,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체육 활동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놀이에 대한 관심은 박 교사를 또 다른 배움의 길로 이끌었다. 2005년 대학원에 진학해 새로운 놀이 분야를 접한 박 교사는 이를 학생들에게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때문에 박 교사는 0교시 스포츠 수업, 방과 후 활동은 물론이고, 댄스동아리 수업도 동시에 진행했다. 각종 스포츠 연수도 받으면서 아이들의 참여 활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힘을 쏟았다.
이런 과정 덕분에 박 교사의 관심사는 놀이에 머물지 않고 아이들의 신체발달과 관련한 분야까지 넓어졌다.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지식을 쌓는 것에 대해서는 어른들이 지대한 관심을 갖지만, 커가는 아이들의 신체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몸의 구조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기 시작해 운동처방, 대체의학은 물론이고 심지어 미국 헬스클럽 트레이너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박 교사의 노력은 지난해 전문적 학습공동체인 ‘놀이체육연구회’를 만나면서 열매를 맺었다. 연구회를 통해 꿈의 학교, 가족놀이 동아리 활동, 찾아가는 학교 연수, 수석교사 연수 등 많은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지역사회 어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건강한 놀이문화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치고 있다고 한다. 어른들이 독점하고 있는 동네 체육관, 운동장, 운동시설을 아이들에게 개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놀이 방법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게 박 교사의 포부다. 그는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들도 편하게 찾아가서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것들이 잘 작동할 때 지역사회가 함께 건강해지고, 놀이문화도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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