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작은 키에 伊 이민자 아들
1935년 마스터스 연장 역전우승
15번 홀 호수 ‘사라센 다리’ 명명
미국의 보비 존스, 월터 하겐 등이 명성을 떨치던 20세기 초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뉴욕에서 태어난 골퍼가 등장했다. 진 사라센. 그의 원래 이름은 유지니오 사라치니였다. 하지만 오페라 제목과도 같은 이름이 싫어 개명했다. 초급학교 6학년 중퇴 학력이 전부였던 그는 일찌감치 캐디로 돈을 벌었고 스무 살이 되던 1932년 여느 골퍼와 마찬가지로 가난이 싫어 골프에 입문했다. 165㎝,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그는 US오픈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챔피언십 등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32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었다. 당시 최고였던 하겐까지도 물리치는 등 사라센은 이름을 떨쳤다. 게다가 그는 샌드웨지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뒤 비밀병기로 사용하면서 디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1935년 4월 8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마스터스의 전신인 제2회 오거스타내셔널골프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프로와 아마추어 62명이 초청된 대회였다. 4일째 마지막 날 사라센의 명성이 세계에 널리 퍼졌다. 선두는 209타의 크레이그 우드였고, 전년도 US오픈 우승자인 올린 더트라가 210타로 바짝 쫓고 있었다. 사라센은 212타로 3타 뒤진 4위였다.
사라센이 14번 홀 드라이브 훅을 내고 긴장하자 하겐은 보다못해 “이제 그만 우승은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사라센은 “글쎄, 공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일 아닌가”라고 대꾸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파5인 15번 홀에서 사라센의 드라이버는 다행히 266야드를 날아가면서 페어웨이 오른쪽에 안착했다.
남은 거리는 230야드. 클럽 선택을 망설이던 사라센은 승부수를 띄웠다. 그린 앞에 워터 해저드가 있었지만 잘하면 이글도 가능할 터. 투온으로 이글을 노리며 4번 우드를 잡았다. 그가 친 공이 허공을 갈랐다. 워터 해저드를 가까스로 넘은 공은 그린에 튕기면서 구르기 시작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깃대를 향해 구르던 공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더블 이글. 당시에는 앨버트로스라고 부르지를 않고 더블 이글이라고 칭했다. 사라센 골프 인생의 첫 앨버트로스. 파5에서 두 번째 샷에 홀인하면서 3타를 줄였고 순식간에 선두와 동타가 됐다. 다음 날 무려 36홀 플레이오프에서 사라센은 144타로 승리를 거뒀다.
전 세계는 이 대회를 ‘최고의 명승부’라고 불렀다. 언론과 친했던 존스로 인해 오거스타내셔널인비테이셔널은 탄생하자마자 주목을 끌었고, 사라센으로 인해 세계적인 유명 이벤트가 됐다. 몇 년 뒤 마스터스로 명명됐고, 메이저대회의 반열에 올라 오늘날까지 골프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15번 홀의 호수에서 그린으로 걸어가는 다리를 ‘사라센 다리’로 명명하고 사라센의 앨버트로스를 기리고 있다.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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