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흑인 불법 고문 뜻하는 용어
민주·공화 초당적 비판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진행 중인 미국 하원 탄핵조사를 ‘린치’(lynch·고문)에 비유해 또다시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린치 또는 린칭은 미국 남북전쟁 이후 남부 백인우월주의들이 흑인을 불법적으로 고문하는 행위를 뜻하는 용어여서 당장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에 민주당 주도로 진행되는 탄핵 조사와 관련, “언젠가 한 민주당원이 대통령이 되고 공화당이 하원에서 승리한다면, 근소한 차이라 하더라도, 공화당은 정당한 절차나 공정성, 법적 권한 없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면서 “모든 공화당원은 여기서 목격하고 있는 것, 린칭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임스 클라이번(사우스캐롤라이나)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이것은 어떤 대통령도 자신에게 적용해선 안 되는 단어”라며 트럼프 대통령 규탄안 표결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흑인의원 모임 의장인 캐런 배스(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의원은 “당신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이런 ‘인종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우리는 이 미끼를 삼키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지도부도 우려를 표시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는 “유감스러운 단어 선택”이라며 “우리 역사를 고려할 때 나는 린칭과 비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화당 일각에서는 탄핵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엄호했다.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탄핵조사를 우스운 일이라고 지적한 뒤 “이것은 모든 의미에서 린칭”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이 미 정부가 정치적 동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보류했다고 주장하면서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테일러 대행은 이날 하원 비공개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 부통령 관련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원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민주당에 대한 조사나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수사를 요구했지만 이 과정에서 군사 원조 등 대가를 제시한 적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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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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