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가운데) 영국 총리가 22일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의석에 앉아 브렉시트 탈퇴 합의법안에 대한 토의를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가운데) 영국 총리가 22일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의석에 앉아 브렉시트 탈퇴 합의법안에 대한 토의를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원‘사흘내 처리’案 부결시켜
존슨 “관련법안 상정 중단하고
조기총선으로 과반 확보할 것”
EU 의장 “브렉시트 연장 요청
각국 정상들 승인 권고하겠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관련 법안의 신속 처리를 추진했지만 하원의 벽에 또다시 가로막혔다. 오는 31일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까지 법안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사실상 노 딜 브렉시트의 무산을 의미한다. 존슨 총리의 마지막 승부수는 조기 총선밖에 남지 않아 영국 정치권은 대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류다.

영국 하원은 22일 EU 탈퇴협정 법안을 사흘 내로 신속 처리하는 ‘계획안(programme motion)’을 찬성 308표, 반대 322표로 부결시켰다. 전날 열린 1차 독회에서 설명을 듣고 2차 독회에서 해당 법안의 필요성과 취지에 대해선 찬성 329표 반대 299표로 동의한 의원들은 이를 사흘 내로 통과시키자는 데에 대해선 법안 검증 시간이 부족하다며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110페이지의 본문과 124페이지의 설명서로 이뤄진 EU 탈퇴협정 법안은 영국과 EU 간 합의한 탈퇴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 내부적으로 필요한 각종 법안이 담겨 있다. 기존 EU 회원국으로서의 법률 등을 영국 국내 법률로 대체하고, 전환(이행)기간, 상대국 주민의 거주 권한, 재정분담금 등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법적 효력을 제공하기 위한 내용 등이다.

‘계획안’ 통과가 좌절되자 존슨 총리는 곧바로 EU 탈퇴협정 법안 상정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브렉시트 3개월 추가 연기’ 요청에 어떻게 대응할지 EU가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하원이 사실상 브렉시트 연기를 위해 투표한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더 큰 불확실성에 (영국이) 직면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존슨 총리는 더 이상의 (브렉시트) 시점 연기는 없으며 조기 총선을 통해 과반 의석을 확보, 브렉시트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존슨 총리가 보다 합리적인 법안 통과 의사일정을 제안한다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이언 블랙퍼드 하원 원내대표는 존슨 총리가 또다시 “굴욕적인 패배”를 기록했다고 지적했고, 자유민주당 조 스윈슨 대표는 존슨 총리가 ‘벼랑 끝 전술’이 아니라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위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브렉시트 예정일인 31일 이전에 관련 절차를 모두 끝마쳐 합의에 의한 브렉시트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당장 31일까지 영국이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EU가 추가 기한연장을 하지 못한다면 영국은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로 가게 된다. 이에 대해 도날트 투스크 EU 집행위원회 상임의장은 EU 회원국 정상들에게 브렉시트 연기 승인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존슨 총리가 탈퇴 합의안 비준 절차를 중단했다”며 “노 딜(합의 없는)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EU 27개 회원국에 연장을 위한 영국의 요청을 승인하도록 권고하겠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단계를 밟아 어느 정도의 브렉시트 시한 연장을 추천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승인 연기요청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미나 안드리바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EU 집행위는 오늘 밤 결과에 주목해 왔다”며 “영국 정부가 다음 조치들을 우리에게 알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트위터에서 “탈퇴협정 제정에 필요한 법안이 하원에서 확실한 과반 찬성을 받은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이제 우리는 입법 일정과 연장 필요성을 포함한 다음 조치들과 관련해 런던과 브뤼셀에서 있을 추가 전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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