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열린 전국 시도 부교육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열린 전국 시도 부교육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말에 교육계 대혼란

文 ‘정시 확대’ 한마디에
교육부·여당 “늘리자”번복

특목고 등 단계전환 방침도
일괄폐지로 갑작스레 선회

대통령직속 국가교육위선
“논술 도입” 제안 논란 불러


문재인 대통령이 “수능에서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육계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당·정도 대통령 발언으로 오락가락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이 나온 지 1년 만의 ‘손질’이어서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인식한 정치권의 요구에 교육정책이 휘청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정시 확대 의지를 밝히자마자 여당과 교육부에서는 “정시 비중을 50%로 확대해야 한다”(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이 높은 서울 주요 대학에 수능 비율 확대를 권고하겠다”(교육부)는 입장이 나왔다. 지난 9월에만 해도 당·정·청은 ‘정시·수시 비율 조정’은 없으며, 이미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통해 도출된 대입개편안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서는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한 달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현재 교육부는 서울 15개 주요 대학에 대해 현 고1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에서부터 정시 비중을 ‘30% 이상+α’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정·청의 엇박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일괄 폐지’에 대해서도 그동안 교육부는 학생·학부모의 혼란을 고려해 ‘단계적 전환’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고교 서열화’를 “기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제도”라고 규정하자, 여당에서는 “2025년부터 자사고와 특목고를 일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교육부 역시 ‘재검토’로 선회했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과 좋은 개혁은 구분돼야 하는데, 결국 정치적 선택을 한 것 같다”며 “‘조국 사태’로 촉발된 문제를 정시 확대로 해결하려는 모습인데, 교육정책의 안정성을 떨어뜨려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최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람직한 대입제도에 대한 여론(9월 4일)은 수시(22.5%)보다 정시(63.2%) 선호도가 높았다. 또 자사고·특목고 일괄 폐지에 대한 여론(10월 17일)은 찬성(54.0%)이 반대(36.4%)보다 높았다.

이 와중에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 김진경 의장은 23일 개최된 ‘한-OECD 국제교육 컨퍼런스’에서 현재 5지선다형인 수능에 서술형·논술형 문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장기적 대입제도 개편안이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는 사교육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전형으로 ‘논술 전형’을 지목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대학의 반발도 예상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중 절반인 53%는 정시의 적정 비중에 대해 “30% 미만이 적당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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