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 시인
김경식 시인
서울시청 별관과 서울시립미술관 사이는 퇴계 이황이 살았던 집터란다. 요 근처에서 직장 생활을 오래 했지만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그걸 알려준 책이 ‘서울문학답사기’(민속원 발행·사진)이다. 책은 이육사 시인 고향을 찾았다가 육사가 퇴계 후손임을 깨닫게 됐던 여정을 더듬고는 퇴계의 시 ‘도산 12곡’을 읊는다.

‘서울문학답사기’는 이처럼 조선시대부터 최근까지 서울 지역과 인연이 있는 작가들의 삶터와 그 작품 무대를 다룬다. 필자는 1985년부터 ‘역사가 있는 문학기행’을 시작한 김경식 시인. 그는 지난 20년 동안 서울 곳곳을 누비며 문인들의 삶과 문학 궤적을 직접 답사한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작가의 삶과 작품 무대를 역사 유적과 연계하고 그 지역 명소에서 사색하는 일은 문학기행의 매력이다. ‘문학기행’이 일반 여행하고 뚜렷하게 구별되는 것은 문학탐구에 있다. 문학적인 지식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시대의 인물 탐구를 통해 답사자 자신의 삶을 반성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

김 시인은 문학기행이 역사와 인물에 대한 겸손한 시각을 지니게 한다고 강조한다. “‘문학기행’은 문학의 현장을 답사하면서 문인들의 삶과 문학의 궤적을 찾는 여행이다.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작가와 작품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출발한다. 작가가 살았던 시대로 회귀하여 작품을 읽게 되면 작가를 이해한다. 또한 그가 선택한 삶의 길을 알게 된다. 혹 그가 잘못된 선택을 하였다고 해도 당시 시대사적인 배경을 인식하면 오해가 풀린다. 작가와 역사적인 인물을 비판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을 가지게 된다. 결국 겸손해지고 남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게 된다.”

김 시인은 정동, 북촌, 서촌, 종로, 성북동 순으로 지역별 역사와 문학을 탐방했다. 각종 묘소와 문학비, 표지석도 찾아서 소개하고, 5대 궁궐에 깃든 문학을 살폈다.

책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수두룩하다. 북촌의 정독도서관은 옛 경기고 터였는데, 3·1만세운동을 한 심훈, 한설야, 박헌영은 경기고 전신인 경성고등보통학교 동창생이었다. 시 ‘그날이 오면’으로 유명한 심훈은 영화 감독과 신문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헌영은 독립운동과 공산주의 활동으로 갖은 고초를 겪었다. 그의 아들 박병삼은 화엄사에서 출가하며 원경이라는 법명을 얻었으며, 뒤에 조계종 종정이 된다. 2010년에 시집 ‘못다 부른 노래’에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했다. 한설야는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의 핵심으로, 해방 후 북한을 선택해 김일성 우상화에 앞장섬으로써 출세와 생존을 도모했다.

세검정 가파른 골목에는 춘원 이광수의 집터가 있다. 이광수는 이 터에 있었던 별장에서 ‘이차돈의 사’‘그 여자의 일생’ 등을 썼다.

지금은 다른 한옥이 건축되어 있는데, 춘원이 살았던 별장은 아니지만 단아한 옛 정취를 갖고 있다. 당호도 ‘춘원헌’이다.

부암동에 있는 소설가 현진건의 집은 조선 세종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의 별장터였다. 현진건은 말년에 여기서 닭을 키우며 가난한 작가의 삶을 살았는데, 지금은 그 자취가 사라지고 사유지로서 담장 내부를 들여다볼 수는 없다.

책은 각 장소마다 사진을 풍부하게 곁들이고 찾아가는 방법도 자세히 안내한다. 목차를 보고 우선 관심이 가는 곳을 먼저 읽어도 좋도록 꾸며져 있다.

저자인 김 시인은 충북 괴산 출신으로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문학과 역사, 지리를 집중 탐구했다. 저서로 시집 ‘논둑길 걸으며’, ‘새벽길 걸으며’와 기행집 ‘사색의향기문학기행’. ‘서울문학지도’ 등이 있다. 중학교 1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지학사)에 문학기행 ‘이병기시인을 찾아서’가 게재되었다. 서울문화재단 주최의 ‘서울문학기행’, 서울시 주최·국제PEN한국본부 주관 ‘서울시민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 국립한국문학관 이사, 문체부문학진흥정책위원, 한국고서연구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국제PEN한국본부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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