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소설가는 책 머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단군으로 시작한 우리의 뿌리를 찾아보고 싶었다.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설명만으로는 그렇지만 앞으로 더 발전된 사회에서 살 우리 미래의 후손들에게서 만화 같은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젊은 시절 수많은 굿판을 찾아다녔다.”
그가 굿판을 찾아다닌 것은, 우리 민족 원류에 샤머니즘이 자리하고 있다고 믿고 있어서다. 이 소설은 그 오랜 탐색의 결과물이다.
액자소설 구조를 갖고 있는 이 작품의 극중 화자는 ‘샤머니즘의 원류’라는 저서를 펴낸 바 있는 대학교수 김경수. 그는 러시아 부랴트족 공화국 수도 울란우데에 있는 부랴트족국립대 동박학과 교수로 있는 여인 인희에게서 편지와 함께 소설 원고를 받는다. ‘불배, 그 찬란한 부활’이라는 제목의 소설은 세습무 용배를 주인공으로 무속 세계를 그린 것이다. 인희는 이 원고를 40년 전 용배에게서 받았는데, 지금까지 두고 있다가 오늘의 상황에 맞게 매만지고 타이핑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 교수와 인희는 친구였던 용배가 용선(龍船)을 타고 굿을 하다가 소신공양으로 사라지는 것을 함께 본 경험이 있다. 김 교수는 그날 인희를 처음 봤는데, 용배가 연기가 되어 사라질 때 인희는 기절하여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김 교수가 다음날 병원을 찾았을 때 그녀는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그렇게 40년이 흐른 후에 인희는 바이칼의 알혼섬에 있다며, 용배가 자신을 이곳으로 이끌었다며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불배, 그 찬란한 부활’은 이번 책의 대부분을 이룬다. 세습무들의 운명과 사랑이 거대한 서사로 펼쳐진다.
이 책에 따르면, 무당은 세습무와 강신무로 나뉜다. 강신무는 신내림을 받고 몸 주신을 모시지만 세습무는 제의를 학습하여 무당이 된 사람을 말한다. 대개 가족이 대물림하여 학습을 통해 무당이 되며 인간과 신 사이의 제사장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단군 역시 제사장 즉 당골이었는데 한자로 표기하면서 단군이 되었다.
소설은 세습무와 당골이 현대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과학 문명이 눈부시게 발달한 시대에도 무속 신앙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성찰한다. 김 소설가는 “무속을 미화하거나 권장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며 “한 국가를 이룬 민족이 그 뿌리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에서 소설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소설을 읽다 보면, 무속과 무속인의 세계를 어쩌면 이렇게 깊고 넓게 들여다봤을까, 하는 감탄이 나온다. 비개비(무당이 일반인을 지칭하는 말), 토구름(신이 내리는 벌) 등 무속 세계의 용어들이 생경하면서도 신선하다.
무속 세계 이야기가 대하장강처럼 흘러가는데, 그 안에서 만나는 순우리말의 세계는 웅숭깊다. ‘몸이 달아오른 남자와 여자가 벌이는 보쟁이는 소리를 듣고 있다. …눈 흘레한 게 들키지나 않았을까 두근거리는 가슴이 가시지 않는다.’
김 소설가는 1978년 ‘월간문학’ 신인상(단편)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겨울 선부리’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청소부’ ‘스웨덴 숲속에서 온 달라헤스트’ 등과 장편소설 ‘빗속의 연가’‘풀잎 사랑’‘크레타의 물고기’‘표해록’ 등을 출간했다. 콩트집 ‘궁합이 맞습니다’와 사진 에세이집 ‘연꽃, 미소’를 펴내기도 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문학진흥정책위원회 위원,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한국소설가협회 상임이사 겸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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