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큘라’는 주역 배우 4명의 개성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신성우, 엄기준, 임태경, 켄.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이들은 이 뮤지컬의 주인공 역을 함께 맡아 각자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1897년 발간된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체코 뮤지컬이다. 1998년 국내 초연한 후 2000년과 2006년 공연에 이어 1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섰다. 죽을 수 없는 형벌을 받은 남자가 400년을 뛰어넘는 사랑을 하며 흡혈의 욕망과 싸우는 이야기이다.
노우성 연출은 주역 배우 중 신성우가 초연 때부터 참여한 것을 언급하며 “내면이 이미 드라큘라에 정확하게 닿아있는 배우”라고 했다. 노 연출이 말한 것처럼 신성우는 드라큘라의 심리 변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연기해낸다.
엄기준의 연기는 캐릭터를 읽어내는 직관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내를 잃은 후에 울부짖는 장면 등에서 폭발적 집중력을 보인다. 노 연출에 따르면, 임태경은 음악을 통해서 이야기하는 드라큘라의 디테일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찾아서 표현한다. 실제 무대를 보면, 임태경의 가창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켄은 다른 배우들에 비해 젊은 만큼 액션 장면을 가장 잘 소화하고 있다. 선배들이 연습하는 과정을 열심히 모니터하며 캐릭터에 동화하려 애썼다는 것이 제작진의 전언이다.
드라큘라 아내 역인 권민제와 김금나의 경연도 주목된다. 드라큘라를 사랑하다가 흡혈귀가 되는 비운의 여인 로레인 역은 소냐, 최우리, 황한나가 맡았다. 이들 주요 캐릭터 못지 않게 ‘피의 천사’ 역을 맡은 앙상블의 기괴한 율동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뮤지컬은 원작의 판타지적 요소보다는 인간이 되기를 갈구하는 드라큘라의 아프고 고독한 생애를 서정적인 음악에 담아 펼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드라큘라 상대역인 반헬싱을 연기하는 배우 이건명은 “오케스타라 라이브로 들려주는 오페라타(경가극·輕歌劇)형식의 음악이 한국인 정서에 맞을 것”이라고 했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2막에‘당신의 별’을 새로 작곡해 넣었다”며 “드라큘라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결핍을 갖게 됐는지를 표현하는 곡이 하나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기본 무대가 되는 드라큘라 성의 고풍스러움이 매혹적이다. 이 성을 중심으로 한 원형 무대가 회전하며 이야기가 흐르는데, 음악과 조명이 스토리의 명암을 적절히 뒷받침한다. 오는 12월 1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공연.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