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가리키는 한자는 ‘猪(저)’이고 손오공에 등장하는 ‘저팔계’에서 그 쓰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한자 발음대로라면 저육이 돼야 할 텐데 어찌된 일일까? 그 답은 한자음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옛 문헌을 보면 ‘뎨육’이 확인되는데 이것이 구개음화를 거쳐 ‘제육’이 된 것이다. 이 한자에 대응되는 고유어인 ‘돼지’는 20세기 들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돝, 돋, 돗’과 ‘되야지, 도야지’ 등이 쓰였다. ‘돝’은 씨돼지를 뜻하는 ‘씨돝’이나 ‘고슴도치’에서 그 흔적을 엿볼 수 있고, ‘도야지’는 요즘도 가끔 귀에 들리고 눈에 띈다.
덮밥은 과거에는 없었던 음식으로 보인다. 비빔밥은 ‘뷔빔밥’과 같은 어형이 확인되지만 덮밥은 문헌에서 찾기 어렵다. 문제는 ‘덮밥’의 구성이다. ‘덮다’와 ‘밥’ 사이에 아무것도 없이 ‘덮밥’이 되는 것이 낯설다. ‘먹는 물’이나 ‘마실물’을 ‘먹물’이나 ‘마시물’이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녘 말에서는 ‘저육’ 또는 ‘제육’이지만 북녘 말에서는 ‘데육’이다. 어찌 보면 제육은 북녘 말에 더 가까울 수 있다. 덮밥과 이것을 부르는 말은 아무래도 일본 음식의 영향으로 보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걱정이 많은데 남과 북을 오가는 ‘묏돝’이 옮긴 것 같다 해 시끄럽다. 그래도 제육덮밥은 죄가 없고 ‘돼지고기 덮은 밥’은 맛있기만 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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