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수능을 3주 정도 남겨둔 요즈음 서울의 한 고등학교가 시끄럽다. 인헌고등학교 이야기다. 교사들이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사상과 행위를 강제했다는 학생단체의 기자회견으로 학교 바깥에까지 소식이 전해졌다. 보수단체들이 학교 앞에서 집회를 열며 세간의 관심이 커졌고, 서울시교육청에서도 특별장학을 실시 중이다. 학교 측은 사상 주입 등은 없었다고 한다. 서울교육청의 특별장학이 끝나는 다음 주 초는 돼야 사건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 주장이 맞고 틀리느냐를 넘어서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지녀야 할 학교에서 이와 관련된 논란이 생긴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대표적인 법률은 3가지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대상은 공무원인 교사이지 학생이 아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헌법 제31조 4항에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에서도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 하도록 운영돼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신분인 공립학교 교사와 이에 준하는 사립학교 교사도 같은 법이 준용돼 정당 가입이 불가하며, 심지어 문서나 도서를 공공시설 등에 게시하거나 서명운동을 해서도 안 된다.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에게 허용되는 정치 행위는 선거에 참여하는 것에 국한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사도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원(請願)도 있었고 운동도 있었다. 교육기본법에서 공립학교가 특정한 종교를 위한 종교교육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교원의 종교 활동을 금하고 있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하는 업무 중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의 정치활동은 가능하도록 하게 해 달라는 주장이 있었다. 중요한 점은, 수업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것은 훼손되지 않는 원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여부로 좁혀지는 것 같다. 학생들의 주장대로 교사들이 혐일(嫌日)과 현직 대통령 찬양,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강요, 전직 장관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가짜 뉴스로 매도했다면 이는 교육적 가치 판단은 차치하고 실정법 위반이 될 것이다. 또한, 자신들은 무관한 것처럼 학교 앞에서 집회를 벌인 어른들도 정치적 중립성 위반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이다. 교사 앞에서 약자인 학생들의 처지를 이해하더라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아울러 교육기관에 대한 외부 정치세력의 불간섭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런 만큼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외치는 이들도 스스로 법률로 보장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기본권 논란까지 감수하며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교사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참정권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정파적 이해관계가 아닌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교육과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헌고 사태를 통해 예비 시민인 학생들이 어른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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