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병상 메시지’ 정치권 술렁
총선 앞둔 보수 정당 발등의 불
탄핵 논쟁 해결해야 통합·쇄신
법·정치·인간적 지원 계속하고
朴 재임 중 업적 평가·계승하되
탄핵 평가는 괄호 속에 넣어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려 하고 있다. 가장 큰 동력은 예상보다 빠른 문재인 정부의 하강이다. 조국 사태는 결정타가 됐다. 안보·경제 등 국정 역량은 말할 것도 없고, 인사·정책 농단과 도덕성 측면에서도 현 정권이 나을 게 없거나,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급증하면서 ‘탄핵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이 여야 모두에게 내년 4월 총선 성패(成敗)의 중요한 변수가 됐고, 그의 동향에 대한 관심도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옥중 또는 병상 정치를 직접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 세력의 의도된 ‘기획’인지는 모르지만, 박 전 대통령이 특정 정당·정치인에게 구체적인 평가나 지시, 권유를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만나는 사람은 유영하 변호사뿐이었다. 유 변호사는 법적 조언뿐 아니라 정치적 메신저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우리공화당 인사들과 가깝다. 최근에 박 전 대통령이 접촉하는 사람이 추가됐다.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다. 윤 전 행정관은 생필품 전달 등 사적 영역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그래도 박 전 대통령과의 접촉은, 지지자들에게는 큰 권력이다. 친박 인사들이 윤 전 행정관에게 접근하고 있다. 면회 의사나 서신·정치적 제안 전달을 요청한다. 윤 전 행정관은 정치적 색깔이 없다. 그러나 일부 친박 정치인이 박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적 인식을 갖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을 돕고, 청와대에서도 함께 일했던 인사들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다. 여전히 모든 사고의 중심은 박근혜뿐이라는 것. 그가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보수 세력이 통합하는 것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내주길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지도부 경선 당시 유 변호사가 황교안 후보에게 불리한 박 전 대통령 메시지를 공개하자, 청와대에서 보좌했던 참모들이 공동 입장을 발표하려 했다. 박 전 대통령을 계속 지지하지만, 현실 정치에 다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발표는 무산됐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경북(TK) 지역 출마를 원하는 참모 일부가 반대했다고 한다. 이것이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보수 정치의 현실이다.
총선을 앞두고 거론되는 보수 정당 통합도, 한국당 인적 쇄신도 결국 ‘박근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여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현재 입원 치료 중인 병원에서 서울구치소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진보 진영은 다양한 방식으로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해 보수 진영 갈등을 부추길 것이다. ‘박근혜 문제’는 시간을 갖고 평가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보수 정치 세력에겐 발등의 불이다. 바른미래당 내에서 ‘변화와 혁신 모임을 위한 비상 행동’을 만든 유승민 의원이 통합의 전제로 “탄핵 책임을 묻지 말자”고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야만 한국당과 ‘변혁’ 그리고 공화당은 당 대 당 통합이든 선거 연대든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쉽지는 않다. 그러나 보수 통합이 절실하다면, 세 가지 원칙 정도에 합의할 수 있다.
첫째, 법적·정치적·인간적 지원에 계속 최선을 다한다. 둘째, 박근혜 정부 업적을 재평가하고 필요한 부분은 계승한다. 예를 들어, 다른 정권이 엄두도 못 냈던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부문에 대한 개혁 시도 등이 포함될 것이다. 셋째, 재임 중 실정(失政) 특히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는 장기 과제로 남겨 둔다. 과학자나 철학자들은 인간의 지능이나 지성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히면 괄호를 치고 넘어갔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또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괄호 속에 넣어둔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탄핵 참가에 대한 시비는 내년 총선 또는 다음 대선이 끝난 후 공신력 있는 위원회 등을 구성해 논의하자고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당·변혁·공화당에만 맡겨 놓지 말고 보수 세력 내 대표성을 가진 인사들도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
보수 세력 내 합의가 이뤄지면, 박 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어떤 메시지를 내더라도 유권자들은 흔들리지 않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의 명분 없는 메시지는 파괴적이지 않다는 것이 황교안 대표 당선으로도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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