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일라 뮬러’ 작전 이모저모

쿠르드족·이라크 등 협조
시리아 철군 위기감에 강행


미국의 이슬람국가(IS)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급습 작전은 ‘케일라 뮬러’로 명명됐다. IS에 희생된 미국인 여성 인권운동가의 이름에서 따왔다. 케일라 뮬러 작전은 지난여름 알바그다디의 부인과 연락책을 체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들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미국은 쿠르드, 이라크, 시리아, 터키, 러시아 등 5개 진영으로부터 협조를 받아 이번 작전을 수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내 미군 철군 결정이 오히려 이번 작전을 서두르게 했다는 분석이다.

27일 NBC 등에 따르면 작전명을 짓는데 단서를 준 뮬러는 국제구호단체에 소속돼 시리아 난민을 돕다 2013년 여름 IS에 납치됐다. 개종을 거부한 채 알바그다디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고통 속에서 26세의 나이에 숨졌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알바그다디의 소재에 대한 기본 정보는 지난여름 그의 부인 중 한 명과 연락책이 체포돼 미 당국의 심문을 받으면서 확인됐다. 미 당국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정보였다. 특히 알바그다디가 숨어있던 시리아 북서부 깊은 곳의 마을은 IS의 라이벌인 알카에다 관할 지역이었다는 점에서다. 네이비실이 투입됐던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과 달리 이번에는 최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가 여름부터 알바그다디 작전을 구상하고 리허설을 가졌다. 여러 변수 때문에 마지막까지 최소 두 번 이상 철회했지만, 시리아 내에 미군의 병력 및 자산들이 남아있을 때 작전을 실행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에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게 됐다는 전언이다. 미군 관계자들은 미군의 시리아 철군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결정으로 알바그다디 급습 작전의 세부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라크와 쿠르드족 정보 요원들이 중앙정보국(CIA)에 긴밀하게 협조했다. 미군의 시리아 철군에도 불구하고 쿠르드족이 지속적으로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드족이 이끄는 시리아민주군(SDF)은 지난 5개월간 미국에 협력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은 26일 밤 12시(시리아 현지시간) 무렵 CH-47 치누크 등으로 구성된 미군 헬기 8대가 이라크 에르빌 근처의 군사기지에서 이륙, 시리아 이들립 북쪽의 바리샤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시작됐다. 헬기는 착륙 직전 알바그다디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건물 단지를 향해 포격을 가했고 특공대는 정문을 우회해 건물 벽을 부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50∼70명의 델타포스와 레인저스가 이번 작전에 투입됐다. 이들과 군견의 추격을 피해 지하 터널로 뛰어든 알바그다디는 세 명의 아이들을 데려간 뒤 자살폭탄 조끼를 터트려 사망했다. 미군은 현장에서 그의 유해를 수습해 DNA 검사를 실시, 신원을 확인했다. 미군은 이후 무전기로 본부에 “그를 잡았다, 100% 확실하다, 잭팟(대성공), 오버”라고 보고했다.

알바그다디는 2010년 수니파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이라크지부를 맡았고 2011년 시리아로도 진출했다. 2014년 6월 IS 건국을 선포하고 스스로를 칼리프라 칭하면서, 다른 알카에다 조직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2500만 달러의 현상금이 내걸렸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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