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지난 25일 인권보호수사규칙 수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퇴임 다음 날인 15일 입법예고한 지 열흘 만이다. 조 전 장관은 취임 후 줄곧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국회 입법을 피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 위주의 제도 개혁을 추진했다. ‘장시간 조사 금지’ 조항 등이 담긴 인권보호수사규칙도 그 일환이다. 법무부는 조 전 장관이 추진했던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입법예고하면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하지 않았다. 검찰은 개혁 대상이니 그 의견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간 부여하게 돼 있는 입법예고 기간도 4일로 축소했다.
이런 인권보호수사규칙은 공개되자마자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애초 ‘장시간 조사 금지’ 조항은 1회 총 조사시간이 12시간을 넘을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피의자가 조서 열람을 오래 해 검찰의 피의자 조사 과정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실제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조서 열람에 유독 긴 시간을 보냈다.
중요 범죄 수사를 개시할 때 관할 고검장에게 보고하도록 한 규정은 수사지휘권 주체를 검찰총장으로 두고 있는 검찰청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학계나 언론에서 통용된 ‘별건 수사’라는 용어도 법령에 처음 명시됐다가 논란 끝에 빠졌다. 한 부장검사는 “수사 도중 다른 중대한 범죄 혐의가 튀어나오더라도 별건 수사에 해당하면 덮어야 한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김윤희 사회부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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