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선호 높일듯” 우려도
‘언제는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공부하라더니, 이제는 수능에 정해진 과목만 공부하라고 하는 건가.’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 비중 확대’를 공식화하면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교육 정책들이 서로 충돌하게 되는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시 확대 기조는 오는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와 배치되는 데다, 되려 수능에 강한 특목고·자사고에 대한 수요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2021학년도부터 상대평가인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꿔 대입에서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대신 학교 내에서의 ‘교과성적’과 ‘학생부’를 중심으로 대학에 진학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정시보다는 수시 중심의 대입제도를 설계한 셈이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설정한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도입 시점은 당초 2022년이었지만, 학교 현장에서 “시기상조”라는 반발이 커지자 2025년으로 수정한 상태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방향 전환으로 ‘스텝’이 꼬였다는 것이다. 수능이 확대되면 학생들은 진로·적성보다는 수능 과목 위주로 ‘문제풀이 공부’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고교학점제로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구상과는 배치되는 풍경이다.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해 특목고·자사고를 오는 2025년 일괄 폐지하겠다는 구상과도 모순된다. 현재의 정시는 수능 100% 전형이 많아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이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조국 사태’ 이후 공정성이란 프레임으로 교육 정책을 추진하려다 보니, 자신의 결에 안 맞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15년 전인 2004년 노무현 정부의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 발표 당시의 데자뷔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정부는 대입 학생부 50% 반영, 수능 등급제(9등급) 전환,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들이 수능 변별력 하락을 우려하며 ‘논술 전형’을 도입했고, 수험생들은 내신, 수능, 논술 모두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죽음의 트라이앵글 세대’란 용어가 나올 정도로 후유증이 컸다. 결국 수능 등급제는 1년 만에 폐지됐고, 학생부 50% 반영 역시 대학의 반발로 ‘단계적 확대’로 어중간하게 절충점을 찾았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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