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첨단기술 개발자 회의 ‘데뷰(DeView) 2019’ 현장을 방문해 “인공지능(AI) 강국으로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AI를 국가전략 차원에서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일단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말로만 하는 혁신성장은 숱하게 봐왔다. “중국이 부럽다”는 실토가 정부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나오는 현실부터 돌아봐야 한다.

문 대통령 직속기구인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지난 2년 이끌어온 장병규 위원장이 25일 공개한 ‘4차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이라도 제대로 읽어보기 바란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 시간을 확인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주 52시간 근무제가 개인이 일할 수 있는 권리까지 막고 있다”고도 했다. 또 “선(先)허용·후(後)조치하는 중국이 부럽다”면서 신산업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과 민간 현장을 두루 지켜본 장 위원장의 진솔한 실토(實吐)이면서, 규제라는 족쇄가 채워진 한국 신산업 현장의 비명이다. 실제로 후발 산업국인 중국은 과감한 규제 혁파로 AI와 빅데이터 등 신산업 부문은 미국과 함께 글로벌 리더 국가로 평가된다. 일본·독일이 그 뒤를 따르고, 한국은 한참 떨어진 3위 그룹으로 분류되는 게 현실이다. 반도체 등 전통 제조업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수년 앞선다며 자족하는 동안 중국은 ‘미래 먹거리’에서 한국을 압도한 것이다.

이런 중국과 비교한 한국 현실은 암담하다. 빅데이터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데이터 3법은 진보 시민단체 눈치를 살피느라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원격의료는 20년째 시범 서비스만 하며 한 발짝도 못 떼고 있다. 세계는 공유경제로 달려가는데 한국에선 여당 의원이 ‘타다 금지법’을 발의한다. 백 마디 공허한 말보다 규제 하나 걷어내는 게 더 시급하다. 혁신성장이 공허한 구호와 이벤트에만 그친다면 한국은 머지않아 혁신 중국의 하청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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