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안경환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가 허위혼인신고 등 논란에 휩싸여 자진사퇴 하자 2017년 6월 박상기 연세대 법대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청와대는 당시 박 전 장관 발탁 이유에 대해 “법무부 문민화와 검찰 독립성·중립성 강화, 인권·교정·출입국 등 대국민 법무서비스 혁신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 청사진을 책임지고 추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보다 ‘검찰 개혁 적임자’ 칭호는 박 전 장관이 먼저 받은 셈이다. 박 전 장관은 이후 2년 2개월 동안 재임했다. 현 정부 장수 장관으로 손꼽힌다. 그는 그보다 한 달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조 전 장관과 대통령 임기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기간 동안 사정 당국의 ‘투톱’이었다. 사실 ‘투톱’이라 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박 전 장관의 존재감이 없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존재감이 없었던 것뿐 아니라 사고도 적지 않게 쳤다. 박 전 장관은 2018년 1월 부처 간 협의도 끝나지 않은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폐지’를 시사한 발언으로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고,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성 발언을 듣기까지 했다.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피해 폭로와 그 이후 이어진 인사보복과 관련해 박 전 장관에게 이메일로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를 묵살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결국 박 전 장관이 사과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관련 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해 취재진이 회견을 보이콧했다. 결국, 박 전 장관이 허공에다 회견문을 읽는 ‘기자 없는 기자회견’을 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그는 개각이 있을 때마다 교체설이 나돌던 인물이었다.
지금 박 전 장관 얘기를 꺼낸 것은 그를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대통령이 지금 ‘국정 제1 과제’처럼 얘기하는 검찰개혁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박 전 장관을 왜 그렇게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게 했는지 이해되지 않아서다. 대통령과 여권이 조 전 장관만이 검찰개혁의 적임자인 것처럼 말한 것이 납득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 전 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의 역할을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라고 했다. 불과 35일 재임한 조 전 장관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면, 2년 2개월 동안이나 재임했던 박 전 장관은 ‘아궁이에 불도 안 땐’ 인물이었을까. 여권에서 검찰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안은 박 전 장관 시절에 나왔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법무부와 검찰에서 얘기하는 개혁사항들은 이제까지 논의가 돼 왔던 것이고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후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면담하면서 ‘검찰개혁 속도전’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후임 장관 인선은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대행 역할을 하고 나선 셈이다. 법무부 장관이라는 자리는 ‘대통령의 페르소나’가 가면 행정부 수반이 직접 빈자리를 메워야 할 만큼 공백이 큰 자리이고, 그렇지 않으면 2년 2개월 동안 그냥 내버려 둬도 되는 자리인가 보다. 이 대목에서 왕년의 한 개그맨 듀오의 유행어가 갑자기 소환된다. ‘그때그때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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