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5000㎡ 부지 놀이공간
어린이 77명 ‘참여단’ 활동
“음수대 많이”“바닥은 고무로”
설계 단계부터 아이디어 내고
직접 모형 만들어 시안 발표
“아동의, 아동에 의한 공간 실현”
“잠시 후 우리가 함께 만든 첫 작품을 공개합니다.”
지난 8월 28일 경기 화성시 송린초등학교 과학실. 어린 학생들은 부푼 희망과 기대를 안고 천장 가장자리에 설치된 모니터를 숨죽인 채 응시했다. 진행자의 ‘카운트다운’ 신호에 과학실을 메운 인파 모두가 “셋, 둘, 하나”를 동시에 외쳤고, 마침내 화면에 결과물이 공개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졌다. 뒤이어 발표자의 설명을 귀담아듣던 학생들은 저마다 “내가 말했던 것들이 그대로 반영됐다” “설계대로 잘 만들어 달라” 등의 칭찬과 당부부터 “음수대가 적으니 추가로 설치해달라”거나 “모래 대신 바닥을 고무로 포장해야 한다”는 등의 날카로운 비평까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날 발표회에선 화성시 새솔동 송산그린시티 신도시 내 약 5000㎡ 규모 부지에 설치될 어린이 전용 놀이터의 첫 설계 디자인이 공개됐다. 물론 학생들의 관심을 끈 이유는 따로 있다. ‘아동의, 아동에 의한, 아동을 위한’ 놀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설계부터 시공까지 아이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기 때문.
30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한국수자원공사 시화사업본부·조경사업소 울 등은 해당 공간에 주민 참여형 어린이 놀이터 조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지난 5월 발족했다. 그리고 계획단계부터 아이들의 직접 참여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6∼12세 아동 77명이 활동하는 ‘어린이 디자인 참여단(어린이참여단)’을 구성했다.
어린이참여단은 지난 6월 5일 놀이행태조사를 위해 경기 부천시 생태공원을 방문, 활동의 첫 삽을 떴다. TF는 이후 4차례 디자인캠프를 열어 숲 놀이터 탐방, 그림 그리기, 모형 만들기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아이들이 희망하고 꿈꾸는 놀이터 디자인을 수립했다. 어린이참여단은 이후 손도장, 타일 붙이기 등 활동을 통해 놀이터 조성 과정에도 직접 나서게 된다. 김승현 경기아동옹호센터 소장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의견이 정말로 반영될지 의구심을 가졌지만, 구체화된 디자인에 견해가 투영되면서 놀이터 설립에 대한 애착이 커졌다”며 “어린이참여단 활동은 과거 어른들의 편의에 따라 만들어진 놀이터에서 아동이 주인으로 거듭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8자 언덕길’을 콘셉트로 삼은 해당 놀이터는 총 168m의 잔디 언덕길을 낮은 경사로로 조성했다. 이 때문에 유아부터 장년층, 휠체어 이용자까지 누구나 불편 없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놀이행태조사를 통해 관찰된 아동들의 특성을 반영해 나무 건너기, 그물 오르기, 대형 슬라이드, 징검다리, 원형 통과하기 등 모험심·호기심을 높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된다. 전시권 수자원공사 시화사업본부장은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고 창의력 등을 증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렸다”면서 “특히 도심 속에서 자연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정서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설계 책임자인 김연금 조경사업소 울 소장은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를 방문했을 때 유아 등 미취학 아동과 취학 아동을 위한 놀이 공간이 각각 따로 조성된 점이 인상적이었다”면서 “나이별로 신체발달 정도가 다르기에 놀이 행태 역시 다르므로 놀이터에 각각의 공간을 구분해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 놀이터는 내년 상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설립 이후에도 어린이참여단 활동은 계속된다. 정식 오픈 전 일종의 ‘시사회’ 형식으로 직접 놀이 체험을 하고 추가 제언까지 하게 된다. 아이들은 2020년 상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활동에 참여한 한연지(11·송린초) 양은 “우리에게 놀이터에 대한 의견을 물어 봐주는 과정이 새롭고 좋았다”면서 “그동안 놀이터는 그냥 어른들이 만들어 주는 대로 노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직접 참여하니 어떻게 만들어질지 기대도 되고, 하나밖에 없는 우리만의 놀이터가 탄생할 것 같아서 매우 설렌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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