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재단 회장賞 전수연

아빠 안녕? 나 하나뿐인 소중한 딸 수연이야. 못난 딸 밤낮 가리지 않고 몸 상하면서 키워 주는 거 다 알아. 힘들 텐데 내색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노력해 줘서 정말 고마워. 솔직히 엄마 아빠 이혼하고 정말 절망적이었어. 한순간에 한부모가족이 되고 엄마가 없다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어. 그 소리를 들었을 때 혼자 밤에 운 적도 있고 계단에 앉아 운 적도 많아. 하루하루가 절망적이고 우울하고 심지어 집도 들어가기가 싫었어.

8살 때부터 엄마 아빠가 맞벌이여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 가끔은 저녁을 같이 먹는 가족들이 부럽기도 하고 밤늦게까지 얘기하고 가족여행 가는 가족들이 부럽기도 하더라. 태어나서 엄마 아빠 나 오빠 이렇게 여행 간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방황을 많이 했었는데, 그새 철이 많이 든 거 같아. 가끔 이런 생각을 해. 커서 좋은 직장을 구해서 돈을 벌고 성공하면 우리 가족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하고. 그래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니까 현재, 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엄마랑 이혼하고 대학생 오빠, 여고생 나를 왕자, 공주처럼 키워주고 있는데, 꼭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루고 성공해서 아빠한테 효도할게. 해외여행도 내가 보내줄게.

내가 평소에 표현도 못하고 무뚝뚝해서 미안하기도 해. 아빠가 맨날 아빠 사랑하냐고 물어볼 때 대답을 회피하곤 하는데 진심이 아닌 줄 알지? 아빠는 내 전부야. 내가 어떻게 아빠를 안 좋아할 수 있어? 편지를 쓰면서 생각해봤는데 아빠의 청춘, 아빠의 20~30대가 궁금하기도 했어. 정말 그때가 행복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행복했다면 후회 없는 삶을 살았더라면 그때의 아빠를 만난다면 나는 지금처럼 고생하지 말고 아빠의 인생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여가생활도 마음껏 즐기고 행복하게 살아 달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내가 보기엔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 삶 같으니까. 자식들 뒷바라지해주고 자기 인생도 잘 못 즐기는데 뭐가 행복하겠어?

내가 맨날 사고 싶은 거 있다고 하면 아빠는 생색 한번 내지 않고 사주고 용돈을 달라고 하면 용돈도 주고 뭐 먹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항상 사주는 아빠였어. 자기 물건엔 아까워서 못 사는 본인인데 자식을 위해서 이렇게 희생하는 모습을 볼 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곤 그러더라. 이제 투정이랑 짜증도 안 내고 용돈 달라고도 안 할 테니 아빠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어. 솔직히 아빠도 사고 싶은 게 있을 텐데 이제 우리한테 쓰지 말고 아빠한테도 쓰고! 물론 내가 돈 벌어서 다 해줄 거지만,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가 내 도움의 손길이고 한 줄기 빛이야. 평소 못했던 말, 마음속에 묵혔던 말을 이렇게라도 하니까 가슴이 후련하네. 18년 동안 공주로, 남 부럽지 않게 키워줘서 고맙고, 못난 딸 열심히 혼자 키우느라 고생했어. 우리 오래오래 같이 살자. 엄마의 빈자리까지 채워줘서 고마워. 아빠 사랑해.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