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亞국가‘모범사례’였다가
대주주적격성 규제 발목 잡혀
네이버 등 ICT기업 사업 외면

中은 8곳 · 日은 10곳 ‘사업중’
금융부문 경쟁력 확보 뒤처져


아시아 전역에서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열풍이 강하다. 보수적인 금융 부문에 경쟁력과 활기를 불어넣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마다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모범 사례 취급을 받았던 한국 인터넷은행의 열기는 대주주 적격성 규제에 발목을 잡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은 지난 3~5월 석 달 동안 8개의 인터넷은행 설립 인가를 했다. 일본, 중국 등에 비해 인터넷은행 설립이 늦었으나 최근 광폭 행보를 보이며 새로운 핀테크 다크호스 국가로 급부상하는 상황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앤트SME서비스(알리바바), 인피니엄(텐센트), 인사이트핀테크HK(샤오미) 등 중국의 주요 ICT 기업들이 대거 진출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홍콩 인터넷은행 면허 취득을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중국에서도 인터넷은행 사업을 하고 있다.

대만은 지난 7월 라인뱅크, 라쿠텐뱅크, 넥스트뱅크 등 인터넷은행 3곳의 설립을 인가했다. 당초 2개 사업자에 대해 인가를 할 계획이었으나 주변 지역 인터넷은행 붐을 의식해 3개로 인가를 확대했다. 대만 인터넷은행 가이드라인을 보면 최소 25% 지분을 보유한 1개 금융회사가 꼭 포함돼야 하지만 비금융기업도 60%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다.

싱가포르 금융청(MAS)도 지난 6월 인터넷은행 5개 인가 계획을 발표했고 현재 신청 사업자에 대해 심사 중이다. 인가 예정인 인터넷은행 가운데 최소 3개 이상은 이동통신회사 싱텔, 차량호출서비스회사 그랩, 게임회사 레이저 등 ICT 기업 주도 은행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인터넷은행은 한때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모범 사례였다. 대만 금융 당국은 지난해 8월 한국, 일본 등 해외 인터넷은행 벤치마킹을 위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 핀테크 총괄 실무진도 자국 금융산업 전략 수립을 위해 최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찾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흥행 실패에서 보듯이, 정작 한국에선 인터넷은행 열기가 점점 식고 있다. 한 ICT 회사 고위 관계자는 “한국 인터넷은행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대주주 적격성 규제로 인해 자본 확충이 되지 않은 것”이라며 “인터넷은행 1호인 케이뱅크는 자본금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이고, 네이버와 같은 경쟁력 있는 ICT 회사들도 아예 인터넷은행 사업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사례는 한국 인터넷은행 규제 폐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네이버는 한국에서 인터넷은행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일본, 대만, 태국 등 해외에선 자회사인 라인파이낸셜을 통해 인터넷은행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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