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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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때 일 찬찬히 돌아보고 떠오르는 감정, 글로 써보세요

▶▶ 독자 고민

50대 남성입니다. 몇 년 전 억울한 사건을 겪고 난 후, 제가 느끼기에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나 화를 내는 성격이 됐습니다. 가령, 버스나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전화통화를 하거나, 길거리에서 길을 막고 느긋하게 걸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짜증이 치솟습니다. 제 일이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인데, 변해버린 제 성격이 일에도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원인이 뭘까요?

▶▶ 솔루션

분노조절 어려움으로 힘든 상태네요. 이는 타고난 기질이라기보다, 몇 년 전 겪었던 억울한 사건이 원인이 된 것 같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을 겪으신 건가요? 아마 매우 부당한 일이었거나 혹은 일방적으로 당한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 사건의 여파라면 지금 느끼는 분노는 ‘화’라기보다 ‘울분’에 가깝습니다. 울분은 말 그대로 ‘답답하고 분한 마음’을 말합니다. 이는 부당한 일을 겪었지만 해결할 수 없을 때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그 울분은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마음속에 갇히게 됩니다.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침습적인 재경험, 과도한 각성, 회피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다른 점은 불안이 아니라 울분과 복수심이 주된 증상입니다. 2003년도 독일 샤리테대의 미하엘 린덴 교수는 이를 ‘외상 후 울분장애’라고 별도로 개념화한 후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억울한 일을 겪으면 어떻게든 앙갚음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현실 속에서 가능하지 않다면 공상 속에서나마 복수를 저지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적인 공상은 후련함을 주기보다 자책감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현실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울분은 억울함, 복수심, 자책감 등의 여러 감정을 잉태시키며 더욱 증폭됩니다.

이 파괴적인 에너지들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자기 자신을 파괴하거나 혹은 엉뚱한 사람이나 주변의 만만한 사람에게 향하게 됩니다. 상사에게 부당한 갑질을 당한 사람이 앞차가 천천히 운전한다는 이유로 위협운전을 가하거나, 집에 와서 배우자에게 심한 화를 내는 것과 같습니다. 더욱 심해지면 누군가 조금만 신경을 거슬리게 해도 순간적으로 살의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도 계속 감정조절이 안 되는 것으로 봐서는 해당 사건과 관련된 응어리진 감정들이 전혀 처리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그때 일을 찬찬히 돌아보면서 떠오르는 장면, 감정, 충동 그리고 몸으로 전해오는 감각 등을 놓치지 말고 하나하나 글로 표현해보세요. 감정은 기화점이 낮아 세게 누르면 폭발하기 쉽지만, 찬찬히 살펴보고 언어로 표현하면 조금씩 휘발됩니다. 만약 스스로 처리하기 힘들다면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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