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첸나이의 현대자동차 인도공장에서 로봇들이 자동차 차체를 조립하고 있다. 로봇 590대가 일하는 이 공장에서는 30초마다 한 대씩 완성차가 출고된다.  현대차 제공
인도 첸나이의 현대자동차 인도공장에서 로봇들이 자동차 차체를 조립하고 있다. 로봇 590대가 일하는 이 공장에서는 30초마다 한 대씩 완성차가 출고된다. 현대차 제공

■ 도전 DNA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故 정주영 회장 철학 본받아
고유모델→엔진자립→전기차
독자적 기술 위해 혁신 거듭

52년 만에 8000만 대 판매
세계 車브랜드 가치평가 6위


1974년 10월 30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제55회 국제자동차박람회. 현대자동차는 첫 번째 고유차 모델 ‘포니’의 쿠페 콘셉트를 출품했다. 그로부터 45년이 흐른 올해 현대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포니를 모티브로 미래 방향성을 제시한 전기차(EV) 콘셉트카 ‘45’를 공개했다. 포니에서 콘셉트카 45로 이어지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역사는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부터 2세 정몽구 회장, 3세 정의선 수석부회장에 이르기까지 흔들림 없는 원칙과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더 나은 내일’을 이룩해 온 과정이었다.

◇정주영의 긍정적 사고와 뚝심, 현대차 경영 원칙으로=‘불굴의 개척자’ 정주영 명예회장은 자서전 제목처럼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경영철학으로 자동차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내가 살아 있고 건강한 한, 시련은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며 “낙관하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했다. 1983년 현대그룹 신입사원 특강에서는 “인류의 모든 발전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주도 아래 이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 특유의 ‘뚝심’은 바로 이런 긍정론에서 나왔다.

현대차가 1967년 설립 이후 처음 양산한 코티나는 미국 포드의 차를 조립 생산한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의 강력한 추진력 아래 현대차는 9년 만인 1976년 자사 최초이자 국내 최초 고유모델 포니 생산에 성공했다. 카뷰레터(기화기) 등 당시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었던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품이 우리 기술로 만들어졌다. 포니는 첫해에 에콰도르 등 중남미와 중동, 아프리카 등에 총 1019대를 수출했다. 정 명예회장의 꿈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엔진과 변속기 국산화를 이루기 위해 1984년 6월 4일 영국 리카도(Ricardo)와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했고, 1991년 1월 알파엔진 개발 성공으로 엔진 기술의 자립을 이뤄냈다. 총예산 1000억 원이 투입된 프로젝트였다.

이후 현대차는 ‘실패는 없다’는 정신으로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를 목표로 연구·개발(R&D)에 본격 투자했다. 1996년 경기 화성시에 남양종합기술연구소를 완공했다. 남양연구소는 340만4974㎡의 부지에 8만2645㎡의 연구 및 기술개발 시설, 최고 시속 250㎞까지 주행할 수 있는 198만3480㎡ 규모의 고속 주회로·저마찰로·고속 조종성 시험로 등 최첨단 테스트 설비를 갖췄다. R&D 투자 결실로 현대차는 고성능 엔진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1998년 2월 배기량 2500㏄급 DOHC 델타엔진을 개발해 쏘나타급 이상 중대형 차종에 적용했고, 9월에는 배기량 3000㏄급 6기통 시그마엔진을 개발해 그랜저XG에 탑재했다.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정 명예회장의 뚝심을 이어받은 정몽구 회장은 품질경영과 현장경영 기치를 내걸고 현대차그룹을 이끌었다. 정 회장은 2000년 현대차, 기아차 등 10개사를 이끌고 현대차그룹을 출범시켰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처음으로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10위권에 진입했다. 정 회장도 결코 안주하지 않았다. 2001년 신년 시무식에서 “우리는 아직 작은 성공에 도취돼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품질 중시 원칙은 타우엔진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이 엔진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특허만 해도 국내 출원 177개, 해외 출원 14개에 달했다. 타우엔진은 2008년 12월 8일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 ‘워즈 오토’의 ‘2009 10대 최고 엔진’에 선정됐다. 한 가지에 성공하면 만족하는 대신 더 큰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정 회장의 경영원칙 아래 현대차 브랜드 가치도 꾸준히 성장했다. 현대차는 2005년 8월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k)’와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전 세계 브랜드를 대상으로 공동 조사해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84위에 올랐다. 이후로도 현대차는 성장을 거듭해 2010년 미국 포드를 제치고 전 세계 판매량 기준으로 5위까지 올라갔다. 지난 17일 발표된 인터브랜드의 ‘2019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는 종합 36위, 자동차 부문 6위를 달성했다.

◇도전 정신 계승해 새로운 도약=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FCEV)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투싼ix FCEV는 독자 개발한 100㎾급 연료전지 시스템과 2탱크 수소저장 시스템을 탑재했다.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시동이 걸리고, 유럽연비 측정방식 기준으로 100㎞를 주행하는 데 수소 0.96㎏을 사용해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갖췄다. 정의선 부회장은 2015년 11월 4일 세계 고급차 시장을 겨냥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선언했다. 고급차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 추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현대차는 마침내 올해 8월, 세계시장 누적 판매 8000만 대 기록을 달성했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현대차그룹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들어 상반기 현대차그룹이 국내외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4만4838대(현대차 3만963대, 기아차 1만387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8445대보다 판매량이 143% 늘어났다. 국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분석 결과,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6.5%로 집계됐다. 테슬라, BYD, 르노닛산, 상하이자동차(SAIC)에 이어 5위다.

자율주행차 개발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고속도로에서 완전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3단계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고, 2024년에는 시내 도로에서도 자율주행하는 4단계 자율주행차를 운송사업자부터 단계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세계 자동차 업계 미래비전을 주도하며 단순 완성차 생산을 넘어선 ‘게임 체인저’로 현대차를 변신시킬 계획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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