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이해완 기자(큰 사진)가 지난 21일 전시관 ‘티움’에서 가상현실(VR) 공간을 체험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1991년 울산 남구 울산콤플렉스에서 열린 신규 휘발유 제조시설 준공식에 참석한 故 최종현 SK 선대 회장. SK 제공
문화일보 이해완 기자(큰 사진)가 지난 21일 전시관 ‘티움’에서 가상현실(VR) 공간을 체험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1991년 울산 남구 울산콤플렉스에서 열린 신규 휘발유 제조시설 준공식에 참석한 故 최종현 SK 선대 회장. SK 제공

■ 사회적 가치

1953년 선경직물로 시작
최종현 ‘미래 설계’ 강조
“세계일류 되자” 도약 거듭

경영DNA 물려받은 최태원
10년·20년 내다보고 ‘혁신’
하이닉스로 반도체 꿈 실현


2049년 미래, 인류는 지구를 향해 빠르게 돌진 중인 거대 운석과의 충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때 긴급히 소집된 세계 각 지역연합 대표들은 회의실에 3차원(D) 홀로그램으로 나타나 거대 운석을 미사일로 폭발시킬 것인지, 아니면 중력장을 발사해 운석의 방향을 바꿀 것인지 의논한다. 투표를 통해 내린 결론은 중력장 발사. 현장에서 회의에 함께 참석한 관람객들은 곧바로 가상현실(VR) 고글을 쓰고, VR 속 기기를 움직여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면서 중력장을 발사해 인류를 구하게 된다.

지난 21일 찾은 서울 중구 을지로2가 SK T-타워의 정보통신기술(ICT) 전시관 ‘티움’(T.um). 이 같은 30년 후 미래 체험은 즐거움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했다. 티움은 불확실한 미래를 인류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도전을 통해 극복해 나가는 상황을 VR로 상세히 보여준다. 이는 ‘혁신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SK그룹의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 SK는 티움에서 자사가 보유한 첨단기술의 집약체를 미래도시 ‘하이랜드’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선보인다. SK는 유토피아라고도 할 수 있는 하이랜드가 최첨단 통신 서비스(SK텔레콤), 반도체 기술(SK하이닉스), 에너지 혁신(SK이노베이션·SK E&S·SK에너지) 등을 융합해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티움 관계자는 “생활 전반이 혁신되는 새로운 세상,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는 미래, SK는 앞으로 여러분을 새로운 미래로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첨단 미래도시 건설을 꿈꾸는 SK그룹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이 1953년 6·25전쟁 중 폭격으로 폐허가 된 직물공장을 인수해 선경직물(現 SK)을 세웠다. 이후 닭표 인조견으로 국내 안감시장을 석권한 선경직물은 국내 최초로 인견 직물을 수출하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성장 이면에는 자금난 등 경영악화도 있었다. 최종건 회장은 회사를 살리고자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동생 최종현 선대회장을 귀국시키면서 본격적인 ‘형제 경영’에 나섰다. 최종건 창업회장의 저돌적인 추진력과 패기는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치밀한 기획력을 만나 질적인 도약과 변화를 이뤘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직원들과 ‘행복토크’를 하고 있다. SK 제공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직원들과 ‘행복토크’를 하고 있다. SK 제공
최종현 회장은 자본, 기술, 인재가 부족했던 1973년 당시 선경직물을 세계 일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섬유회사에 불과한 선경직물이 원유정제를 비롯해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등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를 선언했지만, 당시 많은 사람은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최종현 회장은 장기적 안목과 중동지역 왕실과의 석유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하면서 선경을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후 최종현 회장은 1983년 북예멘 유전개발에 성공하면서 대한민국을 무자원 산유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최종현 회장은 평소 ‘미래설계’가 그룹 총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었고, 1984년 산업동향 분석을 위해 미국에 미주경영실을 세웠다. 그는 정보통신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미국 ICT 기업들에 투자하는 현지법인을 설립해 이동통신 사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1992년 압도적 차이로 제2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음에도 특혜 시비가 일면서 사업권을 자진 반납해야 했다. 당시 최종현 회장은 “준비한 기업에는 언제든 기회가 온다”고 직원들을 위로했고, 1994년 문민정부 시절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하면서 이동통신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최종현 회장이 남긴 경영 DNA는 현재 장남인 최태원 회장이 이어가고 있다. 최종현 회장이 10년을 내다보고 SK를 직물회사에서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을 아우르는 그룹으로 성장시켰다면, 최태원 회장은 2011년 하이닉스를 인수해 SK를 반도체 등 첨단분야를 다루는 종합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최태원 회장은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당시 “혁신적인 변화를 할 것인가(Deep Change), 아니면 천천히 사라질 것인가(Slow Death)”를 회장 취임 일성으로 외쳤다.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만큼 그룹의 체질 변화를 강조했다.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를 쉽게 결정하지 않았다. 그는 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하기 1년여 전부터 서울 모처에서 반도체 기본 원리를 비롯해 반도체의 역사, 세계적 기술 동향 등 반도체에 관한 전반적인 공부를 모두 마친 후 하이닉스 인수를 결심했다. 1978년 선경반도체를 설립했던 부친 최종현 선대회장의 ‘반도체 기업’ 꿈을 실현하는 순간이다.

SK그룹은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매출 157조 원(2018년 기준), 포천(Fortune) 500대 기업 중 84위로 명실상부한 세계적 기업이 됐다. 이제 SK그룹은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창출을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삼고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더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을 둔 경영 원칙이다. SK는 2016년 그룹의 실천 방법론인 SKMS(SK Management System)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 개념을 기업이 추구해야 할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하면서 “기업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은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조항을 새로 넣었다. 환경보호,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행위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그룹 계열사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세우듯 행복을 추구할 때도 정교한 전략과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각 사가 수립 중인 ‘행복 전략’을 고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행복 전략은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전략이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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