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여㎡ 사이언스파크 조성
핵심 연구원 1만7000명 근무
미래 혁신·신성장동력 발굴
3층 통합지원센터 전시장선
세계 첫 5G 클라우드 VR게임
OLED 디스플레이 체험 가능
지난 22일 찾은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10로 LG사이언스파크.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의 광활한 면적에 20개의 연구동이 자리해 있다. LG그룹이 4조 원을 투자해 3년 6개월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지난해 4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곳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LG와 고객의 미래를 책임질 연구·개발(R&D)의 산실로 한껏 주목을 받고 있다. 둥지를 튼 R&D 인재가 LG그룹 70여 개 계열사 중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8개 핵심 계열사에만 1만7000여 명에 달한다. 오세은 LG사이언스파크 업무지원팀 책임은 “내년에는 2만2000여 명으로 확대될 예정”이라며 “미래 혁신을 주도하면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국내 최대 규모의 글로벌 연구단지”라고 말했다.
LG사이언스파크 인근 지하철 5호선 마곡역은 주변이 허허벌판이라 12년간 미정차역 신세를 면치 못했다. 비만 오면 진흙 수렁으로 변해 걷기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LG사이언스파크가 들어선 후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를 겪었다. 연구동마다 24시간 불빛을 밝힌 사무실에서는 조용하지만 힘찬 활력이 느껴졌다.
◇R&D의 메카로 우뚝…첨단기술 연구 박차 = 발길을 돌려 통합지원센터(ISC) 3층 전시장을 찾았다. LG가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5세대(G), AR·VR(증강현실·가상현실), 차세대 부품·소재의 미래사업 준비 현황과 그동안의 ‘역작’을 만나보고 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세계 최초 VR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인 5G 클라우드 VR 게임, LG 클로이(CLOI), 자율주행차량에 차량의 상태, 노면, 운행정보 등을 자동으로 띄워주는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디스플레이, AI 가전이 촘촘히 자리한 LG 씽큐(ThinQ), 산업용 에너지 기술 등이 감탄을 자아냈다.
LG그룹은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AI, 빅데이터, AR, VR 분야 기술에 박차를 가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이 중 하나로 중장기 AI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LG사이언스파크 산하에 AI 담당을 신설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매출 160조 원, 종업원 23만 명에 전자·화학·통신서비스를 주축으로 재계 4위로 성장한 LG그룹의 동력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상징적으로 함축해 보여준다. 바로 ‘R&D 중시 경영’이다. 원천기술에 대한 끈기 있고 뚝심 있는 투자가 현재의 LG를 일군 자양분이 된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 DNA를 태동시킨 기저에는 연암 구인회(1907∼1969) LG 창업회장이 있다.
◇최초 개발 기록은 도전정신과 연구의 산물 = 연암은 1947년 부산 서대신동에서 락희화학공업(현 LG화학)을 설립, 화장품인 럭키크림제조로 사업을 시작했다. 물자가 귀한 시대에 기술도 좋고 원료를 제대로 쓴 럭키크림은 한 다스에 500원인 다른 회사 제품보다 2배나 비쌌지만 불티나게 팔렸다. 국내 화학·전자 산업의 개척자로 불리는 연암 시기에 LG는 럭키표 치약 생산(1955년 3월), 금성사(현 LG전자) 설립(1958년), 전자제조업체로 폭발적 성장을 이끈 계기가 된 국내 최초 19인치 흑백 TV 생산(1966년 8월), 국내 민간업체 최초 외자 도입 합작사인 호남정유 설립(1966년), 연암문화재단 설립 등 괄목할 만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불세출의 기업가 연암은 늘 이렇게 외쳤다. “남이 안 하는 것을 해라. 뒤따라가지 말고, 앞서가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라.” 국민 생활에 필수로 쓰일 제품을 선택해 중단 없는 R&D와 추진을 강조한 기업가정신의 정수다. 이는 다시 2대 상남 구자경(94) 회장에게로 이어졌다. 구자경 회장은 경영혁신에 매진하면서 기업 간 경쟁에는 국경의 의미가 없으며 기술을 무기로 한 무한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구인회 창업회장이 강조한, 남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 도전하는 개척정신은 구자경 회장 대에 이르러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란 새 경영이념으로 발전됐다.
◇포기 모르는 우직한 뚝심·투자로 성공 가도 질주 = 3대 화담 구본무(1945∼2018) 회장은 이동통신, LCD, 반도체, 에너지, 유통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두는 한편, 중국, 유럽, 미주에서 광범위하고 다각적인 세계화 전략을 실행했다. 구본무 회장은 기술 차별화와 원천기술 확보, 적극적이고 과감한 R&D 투자, 우수인력 확보를 유난히 강조하며 독려했다.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확신을 갖고 투자해 마침내 결실을 본 리튬이온 배터리, 중대형 배터리 등 2차전지 사업의 성공도 포기를 모르는 우직한 뚝심과 투자의 산물로 꼽힌다. 선대 회장 때 시작한 부단한 R&D의 중요성이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고 4대 동안 이어오며 LG 특유의 R&D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 지난해 9월 LG의 새 지휘봉을 잡은 구광모 회장도 도전과 성장을 위한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과 함께 R&D 강화,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 회장은 LG가 나갈 방향과 해법으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를 제시한 후 올레드 TV의 대세화, 자동차부품, AI, 로봇, 전지,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 제고 방안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은 취임 초부터 성장사업과 미래사업 분야의 융·복합 현황을 점검하고 인재 확보에 공을 들였다”며 “고객을 위한 혁신에 무엇보다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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