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기업도 판다’체질 개선
박정원 회장 “가스터빈 전력”
마침내 국산화 성공 눈앞에
전량 수입 의존 탈피 목표
연료전지·협동로봇사업 출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신
올해 3월 별세한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1996년 7월 할아버지인 고 박승직 창업주가 서울 종로에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적 상점인 ‘박승직 상점’을 연 지 100년이 되는 기념일(8월 1일)을 앞두고 계열사 CEO를 한자리에 불러모아 중대 발표를 했다.
“두산은 지속해야 하지만 가업(家業)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알짜 기업도 필요하면 팔 수 있다.” 박 명예회장의 이날 선언은 두산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 됐다.
이때부터 두산그룹은 포트폴리오 대수술에 나섰다. 당시 두산의 대표사업이었던 OB맥주 매각을 추진하는 등 식음료 비중을 낮추면서 유사업종을 통폐합하는 조치를 단행, 33개에 이르던 계열사 수를 20개로 재편했다. 1대 박승직 창업주 시절 포목점에서 2대 박두병 회장의 식음료 사업을 거쳐 3대에 이르러 두산이 중공업 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과감한 체질 개선에 담대하게 도전, 위기를 기회로 만든 두산그룹은 2000년 당시 3조4000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8조2000억 원을 기록할 정도의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대한민국 최고(最古) 기업인 두산그룹은 올해로 123년 역사를 자랑한다. 두산그룹은 자사의 장수 비결을 이 같은 과감한 변화와 혁신에서 찾는다. ‘경공업’을 ‘중공업’으로 바꿨던 혁신이야말로 두산의 정신이자 기업의 DNA라고 설명한다.
두산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대내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디지털 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래 제조업의 새 길을 열어가겠다는 포부다. 최근 두산은 연료전지와 소재 사업을 나눠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며 미래 먹거리 투자에도 과감한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기계공학의 꽃’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두산그룹은 속도감 있는 신(新)사업 육성을 올해의 목표로 잡았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하기 위해서다. 그중에서도 가스터빈 국산화는 두산그룹이 가장 애착을 보이는 분야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가스터빈 사업은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온 만큼 그 노력에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 단계마다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가스터빈은 국내 대표 중공업 회사 두산중공업이 지난 2013년 국책 사업의 일환으로 뛰어든 것으로 완료 단계에 와 있다. 현재 제조 공정률은 95%로 연내 사내 성능시험에 돌입한다. 가스터빈 시험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와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5개국에 이름을 나란히 올리게 된다. 최초의 가스터빈 국산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가스터빈은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상업운전을 시작하면 2030년까지 약 10조 원의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두산 관계자는 “최근 울산복합화력발전소 4∼6호기의 가스터빈 배기 실린더 정비공사도 수주했다”며 “가스터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적으로 키우는 연료전지·협동로봇 사업=㈜두산은 연료전지 사업과 소재 사업을 분리해 지난 1일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고 같은 달 18일 재상장 절차를 마쳤다. 각각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다. 이 중 두산퓨얼셀이 맡은 연료전지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가운데 설치 면적이 가장 작고 기후와 무관하게 전력 공급이 가능해 미래 유망 사업으로 손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은 정부의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204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두산퓨얼셀은 시장 진입 후 3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수주 1조 원을 돌파하며 성장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4차 산업혁명 대비=4차 산업혁명을 향한 두산의 변신은 디지털 혁신으로도 나타난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4월 미국 빅데이터 전문 유니콘 기업인 팰런티어(Palantir)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두산 내에서 디지털 전환의 선봉에 서 있다. 팰런티어가 가진 세계 최고의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게 두산인프라코어의 목표다. 장비의 무인·자동화, 측량 작업 자동화, 5G 통신 기반의 원격 조정 기술을 통해 미래 건설기계 작업 현장도 구현할 예정이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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