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도 사상최저 1.25%
소비자물가지수도 사실상 ‘-’
최근 경제성장률과 물가 부진 우려가 제기되면서 한국도 일본이 겪었던 것 같은 ‘잃어버린 20년’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디플레이션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물가와 성장률, 금리가 모두 낮은 수준인 ‘3저(低)’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디플레이션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1.7%, 2분기 2.0%, 3분기 2.0%를 각각 기록했다. 한은은 당초 2.9%로 잡았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까지 낮췄지만, 이 상태라면 올해 성장률 2%조차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54년 이후 한국 경제성장률이 2.0% 밑으로 내려간 적은 1956년(0.7%), 1980년(-1.7%), 1998년(-5.5%), 2009년(0.8%) 등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총 4차례뿐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외적 충격 상황 없이 성장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저성장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물가 역시 낮은 수준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7% 하락하며 지난 7월(-0.3%)과 8월(-0.6%)에 이어 석 달째 떨어졌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공식적으로는 0.0%였지만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소비자·수출·수입물가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국내총생산(GDP) 물가’ 개념인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 2분기 -0.7%를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한은이 지난 7월에 이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1.25%다. 그러나 경제가 살아날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세계 주요국들 역시 금리 인하 기조를 보이고 있어 금리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필요시 금융·경제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은 아직 남아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1% 혹은 0%대로 진입할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낮은 물가상승률과 경제 성장 등을 들며 금리 인하가 경기 악화 및 물가 하락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금리 인하로 인한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오히려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 저금리가 서로 악순환으로 연결되며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디플레이션에 들어갔다거나 혹은 디플레이션이 임박했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요는 부진하고 수출과 투자가 급락하며 경기 하락을 주도하는 가운데,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소비역량이 떨어지면서 경기 하락을 가속화해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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