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거리로 나온 반정부 시위대가 사드 하리리 총리의 사퇴 발표 방송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9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거리로 나온 반정부 시위대가 사드 하리리 총리의 사퇴 발표 방송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실업·부패에 염증 시민 거리로
반정부 시위 13일째 사퇴시켜
BBC“아랍의 봄 물결,중동확산”


‘왓츠앱(스마트폰 메신저) 세금’으로 촉발된 레바논의 성난 반정부 시위대가 결국 실권자인 총리를 끌어내렸다.

정부의 부패청산과 경제위기 해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지 13일째인 29일,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는 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레바논 정부가 왓츠앱 이용에 하루 20센트(약 230원)의 세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진 시위가 총리 사퇴를 이끌어내면서 ‘왓츠앱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BBC 방송은 “아랍의 봄에 이은 두 번째 (혁명) 물결이 레바논을 비롯한 중동에 확산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9일 알자지라,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레바논 전역을 휩쓴 시위가 과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하리리 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며 사퇴를 공식화했다. 하리리 총리는 “이번 결정은 변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 많은 레바논 시민들의 의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하리리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게 되면 의회와 논의해 차기 총리를 선임하게 된다.

그간 약 2주에 걸쳐 수도 베이루트와 동부 트리폴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 곳곳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로 은행, 상점 등이 문을 닫고 사실상 레바논은 마비상태에 빠졌다.

총리의 사임 소식에 환호한 시위대는 “이번 승리는 첫 단계일 뿐, 근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치체제의 전면적 개편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종파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레바논은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과 총리 등 정부 요직을 다른 종파가 나눠 갖도록 하고 있다. 하리리 총리의 경우 마론파 기독교, 무당파가 연대한 ‘미래 운동’의 수장으로,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연정을 구성했다가 다시 충돌하기도 했다. 알자지라는 이날 거리에 반정부시위대와 정부를 옹호하는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대치하면서 충돌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시위는 최근 5년 동안 레바논에서 일어난 시위 중 최대 규모다. 사소해 보이는 20센트 세금 부과 방침은 그동안 경기침체와 정부의 부정부패 등 레바논의 고질적인 문제에 고통받던 시민들의 불만에 불을 질렀다. 레바논의 국가 부채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0%인 860억 달러(약 103조 원)에 달한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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