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비중 확대’ 발언 이후 교육계는 아직도 ‘멘붕’ 상태다. 당·정·청의 ‘엇박자’ 때문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혼란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꿔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고교학점제를 도입해 학생 각자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갑자기 정시를 확대해 수능의 영향력을 높이겠다고 하니 황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수능은 획일적인 잣대로 학생을 평가하고 줄 세우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고교 서열화 해소’와도 충돌한다.

일각에서는 ‘예고된 참사’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구조적인 문제 탓이다. 특히 청와대와 교육부 사이에 정책 방향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청와대에는 차관급인 교육분야 수석 비서관이 없다. 사회수석 산하에 교육비서관이 당·정·청 회의에 참석한다. 김연명 사회수석의 ‘전공’은 보건 복지이며, 이광호 교육비서관은 대안학교 교장 출신이다.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교육문화수석이 따로 존재했다. 여당에는 이렇다 할 교육 전문가가 부재한 상태다. 국회 교육위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도, 당 교육공정성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태년 의원 모두 정치인 출신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정치인 출신으로 국회 교육위 활동을 오래 해 이해도는 높지만 재선 의원으로서 내년 4월 총선도 앞두고 있다. ‘백년대계’다운 중·장기 교육정책을 마련하겠다며 출범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는 존재감이 없는 상태다.

철학과 방향을 잃은 교육 정책은 결국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일관성이 사라지면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한다. 국정과제들도 추진력을 잃게 된다. 최근 한 언론이 진행한 행정부 정책수행 평가에서 교육부는 18개 부처 중 14위인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국민이 정부의 교육정책을 신뢰하지 못했던 이유를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 할 때다.

윤정아 사회부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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