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요새 국회의원 증원(增員)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의원 증원 주장이 선거제도 개정 와중에 나왔기 때문에 증원 요구의 순수성에 의심이 든다. 즉,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 개정안은 전체 의석을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은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은 지구의 자전 방향을 바꾸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따라서 일종의 꼼수로 의석 수를 늘리자는 제안이 나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만일 이런 식이라면, 애초 선거제도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울 때부터 의석 수 증원을 요구했어야 했다. 그런데 현행 의석을 유지한다면서 선거제도 개정안을 일단 패스트트랙에 올려놓고, 이제 와서 증원을 말하는 것은 정치권의 꼼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만일 현재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면서 증원을 말한다면 의도야 어떻든 솔깃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국회는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사회적 갈등을 정치라는 이름의 링 위에 올려놓고 룰에 따라 싸워서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정치는 오히려 사회적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상식’마저 진영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도록 정치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진영 논리에 따라 국민을 가르고, 의원들은 여기에 편승해서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연장할 궁리만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 수를 늘리자는 것은 사회적 분열 양상을 더욱 깊게 만들자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이렇듯 정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방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이들 의원이 타 쓰는 세비는, 1인당 GDP를 기준으로 비교할 때, 일본을 제외하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거의 최고 수준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의 경우 의원들의 세비가 1인당 GDP의 3배가 조금 넘는 정도인 반면, 우리나라는 거의 5배가량 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의원 보좌진의 월급과 의원실 경비 그리고 의원 개개인의 월급까지 합산하면 의원 한 명당 1년에 쓰는 세금이 7억 원이 넘는다.

의원들이 본연의 임무인 국민 통합을 위해 힘쓴다면 의원 1인당 7억 원의 돈이 지출되는 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평균적으로 인구 12만 명당 의원 1명씩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의원들이 일과 직무에 충실하니 너무 힘들어 의원 수를 늘려 달라고 하면 국민이 먼저 그러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의 세비를 깎으면 의석 수를 늘려도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2012년 12월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이 의원 세비 30% 삭감과 관련한 법안을 제출한 바 있지만 제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 됐다. 그리고 2017년에는 오히려 세비가 2.6% 인상됐다. 이 점을 상기하면, 그 약속을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생명이 사회적 갈등 축소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의원 수를 늘리자는 제안을 한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의원 수를 늘리자는 주장은 국민의 극력 반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의원 수를 늘리자고 하기 전에, 먼저 정치 본연의 기능, 즉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앞뒤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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