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3일 전남 강진군의 감성여행인 ‘푸소(FUSO) 체험’에 참가한 광주 국제고 학생들이 시인 김영랑의 생가를 견학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왼쪽 사진은 국제고 학생들이 가우도 제트보트 체험을 하는 모습. 제트보트 선착장은 출렁다리를 건너 들어간다(오른쪽 사진).
지난 10월 23일 전남 강진군의 감성여행인 ‘푸소(FUSO) 체험’에 참가한 광주 국제고 학생들이 시인 김영랑의 생가를 견학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왼쪽 사진은 국제고 학생들이 가우도 제트보트 체험을 하는 모습. 제트보트 선착장은 출렁다리를 건너 들어간다(오른쪽 사진).

- 전남 강진군

드넓은 갈대·코스모스 밭에
438m 저두 출렁다리 낭만
농가 어르신들 집에 머물며
감 따고 고구마 캐는 체험도


“3년 전 중학교 1학년 때도 와본 적 있는데, 그때보다 훨씬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더 재미있고 유익해졌어요. 정말 최고의 체험이네요.”

광주 국제고 1년 김선웅(16) 군은 전남 강진군 감성여행 ‘푸소(FUSO) 체험’에 참가한 소감을 말하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농가 체험을 곁들인 강진군 관광 프로그램 푸소의 명칭은 영어 ‘Feeling-Up, Stress-Off’의 머리글자를 땄다. 농촌에서 감성을 높이고 스트레스는 풀라는 의미다. 우리말로는 ‘덜어내다’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도 된다.

지난 10월 23일 오전 강진군 도암면 가우도. 고려청자 모양을 본뜬 ‘청자타워’에서 출발하는 집트랙으로 유명한 이곳에 고교생들이 몰려들었다. 2박 3일 동안 진행된 푸소 프로그램에 참가한 국제고 1학년생들이었다. 임상규 교장은 “푸소는 관광을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농가 어르신들과 생활하며 경로사상과 공동체 의식도 배울 수 있는 기회”라며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국제고는 푸소 체험이 시작된 2015년부터 매년 행사를 빼놓지 않고 있다. 올해는 1학년생 278명이 참여했다. 인원이 많아 수박 겉핥기식 체험이 되지 않도록 3개 조로 나뉘어 행사가 진행됐다. A조의 3개 반은 가우도 제트보트 체험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페트병, 세제 통 등으로 만든 물고기 모양 조형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길이 438m ‘저두 출렁다리’를 건너 가우나루에 도착해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에 올랐다. 보트는 가우도 주변을 돌며 물수제비를 뜨는 것처럼 물 위를 통통 튀기며 나가기도 하고, 스포츠카로 드리프트(Drift)를 하는 것처럼 급격히 방향을 바꾸는 묘기도 선보였다. 보트가 크게 흔들릴수록 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최운재(16) 군은 “물이 튀어 옷이고 머리고 흠뻑 젖었지만, 친구들 모두 즐거워했다”며 “보트가 최고”라고 활짝 웃었다.

한식 뷔페로 점심을 먹은 학생들은 이어 강진읍 남성리에 자리한 시인 김영랑(본명 김윤식)의 생가를 찾은 후 남포리 강진만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이 공원은 강진군 최고의 가을 명소로 꼽힌다. 66만㎡(20만 평)에 달하는 드넓은 갈대밭으로 유명하고, 다른 볼거리도 많다. 학생들은 널찍한 코스모스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갈대축제(10월 26일∼11월 3일)를 앞두고 꾸며놓은 국화 정원을 통해 가을을 만끽했다.

다음 코스는 본격적인 체험 행사. 서성리 동원F&B 강진공장을 찾은 학생들은 치즈를 직접 만들었다. 공장 직원 설명에 따라 따뜻한 우유에 투명한 효소인 렌넷과 유산균을 넣고 10번 저은 뒤 뚜껑을 덮고 기다렸다. 잠시 후 뚜껑을 열자 우유가 물컹한 두부처럼 변했다. 이후에는 기계로 한참 동안 계속 저어야 하기 때문에,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학생들에게 블록 형태 고체 반죽을 나눠줬다. 이 반죽을 뜨거운 물에서 불린 뒤 잡아당기자 얇은 비닐 막처럼 넓게 퍼졌다. 이를 다시 뭉치고, 이번에는 가래떡처럼 길게 뽑아낸 뒤 가위로 잘라 시식했다. 최민우·박은창(이상 16) 군은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먹던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해보니까 신기하다”며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치즈와는 확실히 맛부터 다르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이어 전체 학생이 남성리 강진아트홀에 모여 장기자랑을 한 뒤, 오후 5시 50분쯤 군동면 호계리 강진종합운동장에 도착했다. 운동장 주차장에서 농민들이 학생들을 맞이했다. 농가 115곳이 올해 푸소 체험농가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날 국제고 체험 프로그램에는 67곳이 함께 했다. 인솔교사 대표 2명이 농민들에게 큰절을 올렸고, 학생들은 ‘농박(농가 숙박)’ 체험을 위해 4∼5명씩 각 농가로 흩어졌다.

푸소 농가 대표 격인 마량면 원포리의 이호남(여·66) ‘푸소체험연구회장’ 집에는 남학생 4명이 배정됐다. 이들은 이튿날 감 따기, 고구마 캐기, 짜장면 만들기 등 체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회장은 “시골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다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금방 정이 들곤 한다”며 “아이들도 할머니 댁에 온 것처럼 즐거워한다”고 미소 지었다.

강진 =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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