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3학년 - 2021년 전학년에 적용… 1인당 年160만원꼴 혜택
시행시기 당겨 ‘총선용 선심’ 논란… 2025년 이후 재원대책도 없어

국가·교육청서 47.5%씩 부담
나머지 5% 지방자치단체 충당

자사고·특목고 등은 지원제외
일각선 “같은 수준 지원” 요구

무상급식도 고교 확산 분위기
서울시의회 교복비 지원 검토

OECD 국가 대부분이 시행중
대학학비 지원도 16개국 달해


찬반 논란이 컸던 ‘고교 무상교육’ 정책이 지난 10월 31일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탄력을 받게 됐다. 올해 2학기에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한 고교 무상교육은 내년에는 고교 2·3학년에, 2021년에는 전 학년에 확대 적용되는 등 확실한 법적 기반을 갖게 됐다. 전 학년으로 확대 하면 연간 126만 명의 고교생이 연평균 160만 원의 교육비 부담을 덜 것으로 예상된다. 고교 무상교육은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공약이지만, 시행 시기와 대상 학년을 중간에 바꾸면서 잡음은 지금도 그치지 않고 있다. 당초 2020년 고교 1학년부터 시작해서 2022년 전 학년에 시행하려 했지만, 지난 4월 당·정·청이 도입 시기를 6개월 앞당기고 대상 학년도 거꾸로 뒤집어 고교 3학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야당은 “첫 혜택을 받는 고3 가운데 일부는 내년 4월 총선에서 투표권(만19세 이상)을 갖는 유권자가 된다는 걸 염두에 둔 선거용 정책”이라고 반발해 왔다. 재원 마련도 여전히 숙제다. 정부는 2024년까지는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예산을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2025년 이후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① 무상교육 확대 왜

고교 교육비 면제 및 지원은 이미 중위소득 60% 이하인 가정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등 각종 명목으로 다수 학생에게 적용돼왔다. 하지만 고교 진학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가정환경 및 지역, 계층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고교 단계까지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전체 무상교육으로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과도한 사교육비가 국내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만큼 공교육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무상교육 확대의 필요성이 언급돼왔다.

특히 그간 고교 무상교육을 실행하지 않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비교적 최근에 무상교육을 시행한 멕시코가 지난 2012년부터 의무교육 기간을 14년으로 확장하면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후기 중등교육을 무상 제공 대상에 포함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물론 대학까지 지원하는 곳도 OECD 내에서는 16개국에 달한다.


국회가 지난 10월 31일 본회의에서 ‘고교 무상교육’을 명문화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지난 10월 31일 본회의에서 ‘고교 무상교육’을 명문화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 누가, 어떤 혜택을 받나

고교 무상교육으로 실질적 혜택을 받는 계층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 종사자 등 그간 고교 학비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던 가구다. 사실상 중위소득 하위 60% 내외의 저소득층과 공무원 등 공공기관 근로자 자녀, 민간 기업 중에서도 대기업과 어느 정도 기반이 있는 중견기업 근로자 자녀들은 이미 정부 정책 또는 사내 복지 등 경로로 고교 교육비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혜택을 받는다. 내년에는 고교 2·3학년이, 2021년에는 전 학년 학생이 해당된다. 교육부는 고교 무상교육 시행으로 학생 1인당 연간 약 160만 원의 고교 교육비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③ 단계적 시행 어떻게 하나

올해 2학기에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고교 무상교육이 처음 시행됐다. 이미 무상 혜택을 받는 학생을 제외한 고교 3학년 49만 명이 대상이며, 17개 시·도교육청이 예산 편성을 완료함에 따라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를 받게 됐다. 교육부는 내년에는 2∼3학년 88만 명, 이듬해에는 고교 1∼3학년 126만 명까지 범위를 확대, 지난 4월 9일 당·정·청 협의에서 확정·발표한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현 방안’에 맞춰 2021년까지 모든 고교생이 무상교육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턴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 외에도 입학금과 교과서 대금까지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현행 초·중학교 의무교육 단계 무상지원 범위와 같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④ 가계 부담 얼마나 줄어드나

교육부는 고교 무상교육 시행으로 학생 1인당 연간 약 160만 원의 교육비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부에 따르면 입학금·수업료·학교운영지원비·교과서 대금 등 고교생 1인이 부담하는 연간 금액은 전국 평균 158만2000원에 달한다. 다시 말해 무상교육 시행으로 학업에 드는 연간 부담금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에게 투입되는 가계 지원금이 줄어들면서 가처분소득 역시 월 13만 원가량 증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교육부는 전망하고 있다. 13만 원은 2019년 최저임금(8350원) 기준 월 16시간 근로소득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특히 그동안 고교 학비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및 영세 중소기업 근로자 등 서민 가구에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⑤ 재원 마련은 어떻게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고교 무상교육에 드는 재원 확보 방안이 담겼다. 법안에 따르면 무상교육 재원은 국가, 시·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비율을 정해 마련한다. 국가가 부담하는 비율은 총 소요액의 47.5%로, 증액교부금을 신설해 단계적으로 금액을 늘려갈 계획이다. 일반 지자체는 기존에 부담하던 대로 총 소요액의 5%를 부담한다. 나머지 47.5%는 법에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시·도교육청이 부담하기로 협의한 상태다. 이 가운데 시·도교육청 분담분에 대한 재원 확보 방안에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올해는 2학기부터 고교 무상교육 시행을 위해 2357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원을 충당했지만, 2025년 이후 재정 마련 문제는 여전히 남은 숙제다.


⑥ 포퓰리즘 논란 왜

자유한국당은 무상교육 실행을 고교 1학년부터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3학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 내년이면 투표권을 갖게 되는 고교 3학년 학생들이 정부의 무상교육 정책에 영향을 받아 여당에 유리한 쪽으로 투표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애초 2020년 고1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 2022년까지 고교 무상교육을 완성하겠다는 게 현 정부의 약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이 계획을 1년 앞당기고, 대상도 고교 3학년부터로 수정했다. ‘총선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당은 이번 고교 무상교육 정책을 ‘선거용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내년부터 고교 1학년을 포함한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주장했지만 부결됐다.


⑦ 자사고·특목고 등은 제외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입학금과 수업료를 학교장이 정하는 학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사고와 사립 외국어고·예술고 등 특목고가 여기에 해당한다. 2018년 기준 106개 학교, 7만800여 명 정도다. 이 때문에 자사고 등은 무상교육 취지에 맞게 ‘예외 없이’ 같은 수준의 금액만이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내 자사고의 경우 분기별 등록금이 130만∼150만 원에 달한다. 한 자사고 교장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자사고·특목고 폐지’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일반고는 ‘공짜’ 자사고·특목고는 ‘귀족 학교’라는 틀에 가두려는 것”이라며 “똑같이 세금을 내는 국민인데 지원을 아예 안 해준다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부는 “무상교육 대상 학교 범위는 의무교육 단계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적용되는 기준과 같고 이는 법에 명시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⑧ ‘보편적 복지’ 문제 없나

고교 무상교육의 핵심은 ‘재벌 자녀’도 보통의 아이들처럼 똑같이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저소득층만 선별하거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별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가 아닌, 모두에게 똑같은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보편적 복지’라는 발상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무상교육 찬반 논쟁이 처음 시작된 2010년 ‘무상급식’ 논란 당시만 해도 한나라당(현 한국당) 등은 “예산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소외계층이 좀 더 많은 혜택을 받으려면 선별적 복지로 가야 한다”며 무상급식을 반대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의 기회는 똑같이 주어지되, 그 이후 발생하는 주변적인 것들은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고교 무상교육은 사실상 의무교육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보편적 복지의 필요성이 있지만 급식, 교복, 방과 후 교실 등은 선별적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⑨ 무상 시리즈 또 나오나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등 외에도 급식, 교복 등도 무상교육 시리즈에 이름을 속속 올리고 있다. 특히 2009년 교육감 선거 때 처음 등장한 무상급식은 초등학교, 중학교 등에서 대부분 시행되고 있으며 올해에는 고등학교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자체에 따라 도입 여부가 갈리지만 내년에 이르면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초·중·고교 무상급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고교 신입생에게 교복 구매비를 지원하는 무상교복 사업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회는 내년 중·고교 입학생 15만 명에게 교복 구매비를 지원하는 조례안 제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⑩ 대학 입학금 사라진다는데

오는 2023학년도 대학 입학생은 입학금을 낼 필요가 없게 된다. 국회 본회의에서 최근 ‘고등교육법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해당 학년도부터 입학금이 전면 폐지되기 때문이다. 다만 대학원은 폐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액이 천차만별인 대학 입학금을 둘러싸고 불투명한 산정 기준과 사용처에 대한 ‘깜깜이 논란’이 제기돼 왔다.

앞서 현 정부는 대학 입학금 폐지를 국정과제로 삼고 2017년 11월 대학·학생·정부 협의체를 통해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데 합의하고 이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대학이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등록금을 연 2회 이상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등록금 일시 납부로 인한 대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 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윤정아·정선형·최재규·김성훈 기자 jayoon@munhwa.com
윤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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