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규 논설위원

‘너는 술병/ 나는 속병/…/처음에는 불만 해소/나중에는 숙취 해소’. 주객들 사이에 떠도는 ‘소주병’이라는 제목의 시다. 해설 달지 않아도 내용은 다 안다. 주당이라면 다들 겪어본 일이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몸이 알코올을 거부하거나 다른 신념으로 일평생 술 한 모금 안 마시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술은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리 잡았다. 대개는 주위의 권유로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그러다 횟수가 늘고 적정량을 넘기는 일이 계속되면 숙취에 시달리다 병까지 얻어 고생하게 마련이다.

정부의 고민도 거기에서 시작된다. 시비와 실례와 다툼과 폭력, 주취 운전 등으로 이웃에 폐를 끼치거나 금지선을 넘는가 하면 건강마저 잃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습 음주로 알코올의존증을 앓게 되면 국민건강보험에도 부담을 떠안긴다. 지난해 건강보험이 지출한 연간 총급여액은 58조7500억 원에 가깝다. 이 중 음주로 인한 급여액 지출은 2조2000여억 원이나 된다. 또, 2017년 1년 동안 알코올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만 4809명에 이른다.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 과음(過飮)이 있다.

태조 이성계의 맏아들 진안대군 방우(芳雨)는 술을 좋아해 날마다 마셨는데, 결국 39세에 술병이 나서 졸(卒)했다. 또, 태종 때 경상도 경차관 김단은 서울에서 경상도로 가던 중 충청도 옥주(옥천)에서 급서했다. 지방 수령이 마련한 자리에서 과음한 나머지 목숨을 잃었다. 경기도 금천현감 김문 역시 소주를 너무 마신 나머지 알코올중독으로 절명했다. 그에게 술을 너무 권해 과음 치사케 한 수원부사 박강생과 봉례랑 윤돈은 파직됐다. 다만 “술을 권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려 함이 아니요, 동료 관리를 전별하는 일 또한 상사(常事)”라는 태종의 배려로 다른 처벌은 면했다.

보건복지부가 술병 등 주류 용기에 연예인 사진을 담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인기 연예인, 그것도 유명 여성 모델을 내세운 술 광고가 음주를 미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금연정책에 비해 금주정책이 상대적으로 미온적이란 질타도 있단다. 하지만 주객들은 술병의 연예인 사진 때문에 술을 더 마시거나 덜 마시거나 하지 않는다. 자칫 정책의 기대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술 광고 여성 연예인에 대한 비호감만 키우게 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
황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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