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머니’ 주연 이하늬

‘론스타 먹튀 사건’ 다룬 영화
美서 공부한 엘리트 변호사役

“연기력 보여주겠단 욕심보다
내재된 단단함 표현하려 집중”

“극한직업·열혈사제 거치면서
조금씩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를 만났고, 현장에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어요.”

배우 이하늬(사진)는 “올 한 해가 선물 같고, 기적과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초 코미디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으로 ‘1000만 배우’ 반열에 오른 그는 최고시청률 22%를 찍은 SBS 드라마 ‘열혈사제’로 큰 인기를 누렸다. 또 올해를 마무리하는 영화 ‘블랙머니’(감독 정지영)에서는 자신의 연기 색깔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블랙머니’는 ‘론스타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해 2012년 하나금융에 팔았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만들어 헐값에 사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한국을 떠났다는 ‘먹튀’ 논란이 일었다. 론스타는 또 한국 정부의 매각 절차 지연과 부당과세 때문에 5조 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냈고, 이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부러진 화살’(2011) 정지영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스타펀드(론스타)가 대한은행(외환은행)을 매각하기 위해 막판 협상을 벌이던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하며 이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검사와 스타펀드 측 변호사가 진실에 접근해가는 과정을 덧씌워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이하늬가 미국에서 공부한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 역을 맡았으며 조진웅이 거침없이 막 나가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양민혁 검사를 연기했다.

이하늬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재미있는 영화적 요소가 많다”고 이 영화에 끌린 점을 소개했다.

“전체적으로 녹아있는 강한 메시지가 좋았어요. 현시대를 살아가는 배우로, 이런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죠. 제게 왔는데 안 할 이유가 없더라고요(웃음). 사실 이 사건에 대해 무지했어요. 그냥 그런 사건이 있었고, 은행 이름이 바뀌었다는 정도만 기억하고 있었죠. 시나리오를 읽고 놀랐어요. 감독님이 공을 많이 들여 무결에 가깝게 완성한 시나리오가 제 손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실제 인물이면 연기가 어려웠을 텐데 김나리는 명확한 허구의 인물이라 다각적인 캐릭터로 구축하려 했어요.”

그는 이 영화에 누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고민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작품을 통해 제 연기력을 보여주겠다는 욕심보다는 너무 뻔한 캐릭터가 되게 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경계했어요.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으면서 내재 된 단단함을 보여주려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영어 대사도 자연스럽게 입에 붙이려고 반복해서 연습했어요.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배운 영어가 아니라 미국에서 오래 공부했고, 경제용어도 일상적으로 편하게 뱉어내야 하거든요. 정 감독님은 배우가 자유롭게 토해내듯 연기할 수 있게 해주세요. 감독님께 많이 배웠어요.”

서울대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미스코리아로 뽑힌 후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그는 좌절했던 경험이 이번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연기를 시작한 후 ‘배우로 살 거면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 내려놓고 미국 스튜디오에서 1년 반 동안 연기를 배웠어요. 경제적으로도 힘들었고, 마음도 많이 지친 상태였지만 낯선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귀국 후 주위 사람들이 ‘영어로 연기 배워서 어디에 쓸 거냐’고 걱정했지만 그때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든 게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그에게 선물 같은 한 해를 보낸 소감을 묻자 “빨리 내려놓고 다음 에너지를 준비하는 게 맞다”는 답이 돌아왔다.

“제가 뭔가를 이룬 배우가 아니라 앞으로 노력해서 이뤄내야 하는 배우라는 걸 잘 알아요. 저 스스로 ‘이쯤이면 됐다’는 생각을 안 하려고 해요. ‘극한직업’ 덕분에 ‘열혈사제’가 제게 왔고, 두 작품이 있어서 ‘블랙머니’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조금씩 도움받으며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연기가 매번 똑같지 않아야 한다는 ‘자기복제’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요.”

김지운 감독이 프랑스에서 만드는 드라마 ‘클라우스47’(가제)에 출연을 확정했고, 미국 에이전시와도 계약한 이하늬는 여전히 연기에 대한 갈증을 나타냈다.

“작업을 좀 더 많이 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아직은 이끼가 더 많이 껴야 하는 ‘중간 돌’ 정도죠. 몸에 힘이 있고 젊을 때 할 수 있는 캐릭터로 범위를 넓히고 싶어요. 또 다양한 플랫폼이 열린 시대니 할리우드뿐 아니라 유럽이나 인도, 아프리카 등 글로벌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늘 생각하고 준비하다 보면 선물처럼 기회가 오겠죠(웃음).”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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