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운전시간 단계적으로 늘리고 몸 많이 움직여 긴장 푸세요

▶▶ 독자 고민

2주 전 제 실수로 차를 폐차할 정도로 큰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크게 다친 사람은 없지만, 당시 너무 놀라서 아직까지도 운전대만 잡으면 사고 순간이 생각납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릴 지경입니다. 조금 조심했다면 사고도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후회스럽고 자책감이 듭니다. 어떻게 해야 다시 예전의 상태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까요?

▶▶ 솔루션

그만하길 정말 다행입니다. 지금 나타나는 증상은 일종의 ‘트라우마’ 반응입니다. 우리 뇌는 생명에 위협을 느낄 만큼 큰 충격을 받으면 그 기억이 망각되지 않은 채 몸에 갇혀 버립니다. 이 외상적 기억은 일반적 기억과 달리 과거가 아니라 마치 사고현장에 다시 있는 것처럼 선명한 사고 장면, 격렬한 감정, 그리고 몸의 감각까지 생생하게 재생되기에 무척 고통스럽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는 1∼3개월 이내에 그 기억이 점차 약화돼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아래 말씀드린 대로 해보시고 그 정도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정신건강 의학과를 방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운전 시간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은 외상적 기억이 크기 때문에 이전과 동일한 시간을 운전하는 것은 안 좋습니다. 되도록 운전시간을 줄이시고 조금씩 늘려 가길 바랍니다. 그 기준은 몸의 반응입니다. 둘째, 사고의 기억이 떠오를 때는 주의를 몸으로 돌려 현재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운전 중에 그 장면이 떠오르면 심호흡을 두어 번 하시고 손으로 운전대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손바닥의 감각에 집중해 보세요.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2019년 ○○월 ○○일, 나는 지금 안전해!’라고 말이지요. 뇌에 자꾸 현실감각을 되찾게 해주는 것입니다.

셋째, 당분간은 최대한 몸을 활발히 움직이세요. 지금 몸에는 사고 당시에 입은 충격과 긴장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습니다. 그 배출구는 몸의 움직임입니다. 매일 맹수들에게 쫓기는 초식동물들은 의외로 트라우마 반응이 관찰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위험에서 벗어난 뒤에 몸을 격렬하게 털기 때문입니다. 물에 젖은 동물들이 몸을 흔들어 물기를 털어내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시지요? 동물들은 몸 털기를 통해 쌓인 긴장을 방출시킵니다. 당분간 달리기, 수영, 구기운동 등 몸을 많이 움직이는 운동을 하고 땀을 많이 흘리세요. 긴장이 방출됩니다.

그리고 후회나 자책을 많이 하고 계시는데요. 이는 기본적으로 다시는 사고를 내지 말라고 각별히 주의하라는 몸과 마음의 반응입니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운전대를 잡고 예전처럼 운전하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 꼭 안전운전하시길 바랍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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