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스 크라크(오른쪽 세 번째)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키이스 크라크(오른쪽 세 번째)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韓美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美요구, 印太전략에 기반한것
트럼프 재선 겨냥한 대표공약
한미동맹 급격한 변화 가능성

정부 “거액 청구서 내밀었지만
구체적 근거없어 협상에 난항”
연내 타결, 현실적 불가 판단


연말을 시한으로 진행 중인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요구의 핵심은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의 비용 외에도 미군이 한국 방어를 위해 쓰고 있는 비용 전체를 한국과 분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연장선에 놓여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을 겨냥해 내세우는 대표적인 공약이다. 우리 정부는 협상 타결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협정의 1년 연장을 내심 바라고 있지만, 미측은 이 경우 ‘주한미군 철수’ 카드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미 동맹이 급격한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방위비 협상 상황에 정통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협상팀은 이번 협상에서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2만8500명) 외에도 미군이 한반도 안보를 위해 제공하고 있는 전체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며 47억 달러(약 5조4379억 원)에 달하는 방위비를 우리 측에 요구했다고 한다. 해당 항목에는 괌, 하와이 등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한반도 유사시에 전개될 미군 전력의 ‘전개 비용’뿐만 아니라 ‘유지 비용’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19년에 적용된 제10차 SMA 협상에서도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한 ‘작전 지원’ 항목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에는 훨씬 더 포괄적이고 많은 돈을 ‘작전 지원’ 비용으로 요구했다.

미국의 요구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아시아 지역의 대외 전략으로 표방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동맹 간 공정한 부담을 강조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더 이상 미국이 홀로 큰 바퀴를 굴리며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시계 태엽처럼 동맹국도 미국과 비슷한 힘을 써서 바퀴를 굴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단도직입적으로 동맹에 돈을 대폭 물리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미국의 안보 전략 변화 외에도 문재인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미참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이 맞물려 이번 방위비 협상에서 미국의 압박이 더 거칠게 표출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정부는 미국이 거액의 청구서를 들이밀면서 구체적인 산출 근거를 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협상 진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청구서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과 국내 논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연내 타결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이 협상 과정에서 분담금 산정 방식을 전체 액수를 기준으로 한 ‘총액형’에서 항목별로 분담금을 달리 매기는 ‘소요형’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 같은 한국의 주장이 협상을 내년으로 미루려는 의도로 보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포함한 압박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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