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변인의 ‘경제 無知’

“작물 쌓아두면 썩게 마련”
‘재정건전성 양호’ 인식 틀린것
경제전문가들 한목소리 비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재정 적자와 관련해 “곳간에 있는 작물을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경제 전문가들이 “황당한 궤변” “무지에 가까운 경제 인식 수준”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세수 환경은 정부가 유류세 한시 인하, 근로장려금 대폭 확대 등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 5년 만에 세수 결손을 자초하면서 곳간이 비어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세수 역시 올해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내년 법인세가 수조 원이 줄어드는 등 세수 부진이 본격화하는데도 정부는 씀씀이를 올해보다 더 대폭 늘려 적자 재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11일 한 라디오에 출연, “곳간에 있는 작물을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라며 “어려울 때 쓰라고 곳간에 재정을 비축해 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국민 세금을 꼭 필요한 곳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의무인데 미래 경기 위기 때를 대비할 자금을 지금 당장 마구 쓰자는 것으로 경제 상식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정 건전성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양호하다는 정부의 인식 자체가 틀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점 등을 생각한다면 재정 건전성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양호하다고 말하면 안 된다”며 “지금은 괜찮다는 식으로 진실을 외면하면 다음 세대에는 세금폭탄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늘어난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적자 국채 발행을 늘리자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시장은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25%까지 내린 통화 완화정책을 썼지만, 국채 금리에 연동된 은행대출금리가 올라 민간의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구축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경기침체를 바로잡지 않고 재정확장에만 치중한다는 점”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확대와 더불어 중기재정계획을 세우면서 동시에 규제 개혁과 노동 개혁 추진을 권고했는데 하고 싶은 면만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확대로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면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내걸고 재정지출을 마구 늘렸던 베네수엘라 경제는 벌써 살아났어야 했다”고 제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정부 예산을 513조 원 규모의 ‘슈퍼 예산’으로 편성하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2.2∼2.3% 이상으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9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2020년 경제 전망’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실적치보다 너무 높게 내놨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내년 성장률은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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