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들 사이에 끼인 대한민국에 외교는 더없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관 인사를 보면 그런 기본적 인식조차 있는지 의문이다. 급기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인사가 주(駐)말레이시아 대사로 임명됐다. 이치범 대사는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환경부 장관 재임 중에 이 대표 지원을 위해 사퇴했다. 대표 경선 선거대책위원장, 후원회장을 맡았고, 정동영·손학규·이해찬 3파전이었던 대선 후보 경선 때도 캠프에 참여했다.

여당 대표와의 이런 인연을 제외하면, 대사 기용 배경을 찾기 어렵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의 동남아 거점국가이기도 하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김정남 독극물 암살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전임 대사가 불명예 퇴진한 공관에 외교 문외한을 대사로 보내면 신남방정책조차 제대로 되겠는가. 이 대사는 올해 66세로, 외교관 정년 60세를 넘겼음에도 기용할 정도의 탁월한 역량을 보였는가. 최근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였던, 이 대표와 가까운 또 다른 인사가 연봉 1억2000만 원의 한국 승강기안전공단 상임이사로 임명된 것과도 오버랩된다. 정실인사가 도를 넘었다.

문 정부가 외교 전문성과 역량보다 ‘코드’를 우선시하는 인사를 임명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정인 주미대사 내정은 논란 끝에 자진 사퇴 형식으로 접었지만, 장하성 주중대사를 비롯해 조윤제 전 주미대사, 이수훈 전 주일대사, 우윤근 전 주러 대사 등이 대표적이다. 측근에게 자리 챙겨 주려다 대한민국 외교를 망치고 국익도 훼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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