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납북피해자대회 맞춰
訪韓하는 웜비어 부모 외면
만남 거부하며 “소통에 최선”
北인권단체 예산 줄이는 등
北눈치 보느라 지속적 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모와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북한 인권 문제 경시’ 기조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지난 7일 북한 어민 2명 강제북송 결정과 맞물리면서 탈북자 단체뿐 아니라 국내외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만 ‘올인’하면서 정작 진보 정권이 우선시해야 하는 인권 문제를 도외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기조는 14일 문화일보가 단독 입수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답신 서한에도 명확히 드러나 있다. 국가안보실은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를 수신자로 한 서한에서 웜비어 부모의 문 대통령 면담 요청에 “국정운영 일정상 면담이 어렵다”고 밝힌 것. 또 국가안보실은 협의회 측에 “뜻을 잘 받아들여 정책에 참고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면담 거부 자체가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협의회 측 입장이다. 웜비어 부모는 오는 22일 열리는 ‘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으로, 협의회 측은 지난 1일 청와대에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
특히 협의회 측은 문재인 정부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태도는 미국·일본과도 대조적이라고 비판했다. 협의회 측은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납북 피해자 가족과의 면담은 물론, 납북자 문제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것에 매우 실망한다”면서 “웜비어 가족을 대하는 미국 정부, 납북자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일본 정부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북한 인권 외면’ 처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통일부가 지난 4월 북한 인권행사인 ‘2019 북한자유주간’에 참가하는 인권 활동가들의 항공료 지원을 예년과 달리 거부했는가 하면,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이 규정한 북한인권재단 출범도 정부의 소극적 협조로 인해 3년 가까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또 북한인권법에 담긴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임명도 2년 가까이 공석 상태다.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인권 문제에서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은 통일이 아닌 분단 고착화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토 웜비어 사건 =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웜비어가 지난 2016년 북한 평양으로 관광을 갔다가 북한 당국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 2017년 6월 미국으로 귀환한 지 6일 만에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22세였던 웜비어는 2016년 1월 평양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고, 같은 해 체제 전복 혐의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았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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